결혼이주여성들 “대학 강단에 섭니다”
입력 2011-03-03 19:36
결혼해서 대한민국으로 이주해 살고 있는 여성들이 대학 강단에 선다.
대구가톨릭대는 이번 학기에 개설한 ‘다문화인의 삶과 꿈’이라는 교양강좌에서 결혼이주여성 13명이 강의를 맡게 된다고 3일 밝혔다.
9일 일본 출신 게이코(50)씨를 시작으로 결혼이주여성들은 순차적으로 강좌를 진행한다. 이번 학기에는 1인당 6시간씩 배정됐다. 강의는 이들이 한국에 와서 경험한 내용, 자국과 한국의 사회·문화적 차이, 한국에 살면서 이루고 싶은 꿈 등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대구가톨릭대 다문화연구소의 연구교수가 함께 진행한다.
강좌의 중점적인 목표는 수강생들이 결혼이주여성을 통해 외국 문화와 우리 문화의 차이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김명현 다문화연구소장은 “결혼이주여성들이 강의함으로써 수강생들이 한국사회의 특수한 다문화 현상과 다문화가족의 현황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강단에 서기 위해 지난해 12월 50시간의 ‘다문화 대학 특강 강사 양성과정’을 이수하고 지난달 25일 수료식을 가졌다. 이들은 다문화연구소 교수들로부터 한국사회와 대학문화, 언어 및 언어교수 교육, 팀 티칭(teaching) 교수법, 교안 작성 및 강의 시연, 효과적인 강의 설계와 시행 등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다.
강사로 선정된 여성들은 중국,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홍콩, 일본, 키르기스스탄 등의 국적을 지녔으며 한국에서 생활한 지 5∼20년 됐다. 이중에는 자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중학교 영어교사, 간호사, 음악가 등 전문직을 거친 사람도 있다. 대부분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수준이어서 강의 진행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학교 측은 밝혔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지 6년 된 아이다(28)씨는 “대학에서 강의한다는 게 굉장히 긴장되지만 고국 문화를 한국에 알릴 수 있게 돼 무척 기쁘다”며 “다문화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는 ‘인성을 겸비한 창의적·다문화적 전문인’을 인재상으로 표방하고 다문화교육원을 신설하는 등 학생들의 인성교육 및 다문화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학기에는 ‘다문화인의 삶과 꿈’ ‘한국사회와 다문화’ ‘21세기와 다문화’ 등 6개 다문화 관련 강좌를 개설했고 다음 학기에는 분반을 확대할 계획이어서 이들의 역할도 늘어날 전망이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