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선 챙겨주면서도 앞에선 으르렁… ‘우리 오빠 좀 때려 주세요’

입력 2011-03-03 19:19


우리 오빠 좀 때려 주세요/글 노경실·그림 남주현/시공주니어

아이들은 싸우면서 자란다고는 하지만 어린 남매끼리 티격태격하는 다툼은 언제나 끝도 없이 이어지곤 한다. 새로 나온 창작동화 ‘우리 오빠 좀 때려 주세요’는 이처럼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오누이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현실감 있게 그린다.

일곱 살 희진이와 초등학교 1학년생 현호는 남매지간이다. 현호는 희진이를 무시하고, 희진이는 현호를 약올리곤 해 둘은 언제나 으르렁댄다. 책은 이 세상 모든 동생들이 공감할만한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희진이는 “우리 오빠 좀 때려 주세요”라는 말을 달고 산다. 그도 그럴 것이 현호가 늘 자기를 놀려 대거나 무시하고, 꿀밤도 때리기 때문이다. 오빠의 친구 명준이를 좋아하는 희진이가 오빠들에게 귤을 담아서 가져가자 현호는 “뭐야? 우리 귤 안 먹어! 나가! 방해하지 마!”라고 신경질을 낸다. 이러니 희진이가 엄마에게 오빠를 때려달라고 외칠 수밖에.

그렇다고 책이 희진이 편만 드는 것은 아니다. 오빠의 답답한 마음도 헤아려 준다. 동생을 아껴야 하지만 현호도 때론 친구와 마음껏 게임을 하며 놀고 싶다. 그런데도 친구 사이에 끼어들어 일러바치는 동생은 얄밉기 짝이 없다. “엄마! 오빠 왔어! 집 나가라고 할까?”라거나 “엄마, 오빠 왔어요! 내가 대신 때려 줄까요?”라며 동생이 나설 때마다 현호는 억울하다. 이러니 현호가 꿀밤을 때릴 수밖에.

비 온 뒤 땅이 굳듯 오누이의 갈등은 더욱 큰 형제애로 돌아온다. 현호는 자기의 말 때문에 동생이 잘못될까 걱정하고, 동생이 동네에서 형들과 실랑이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한걸음에 달려가 구해주는 슈퍼맨이 된다.

1982년 중편소년소설 ‘누나의 까만 십자가’로 등단한 저자가 ‘아이들 마음을 사냥하는 사냥꾼’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탄탄한 구성력과 빠른 이야기 전개, 풍부한 유머 등을 통해 풀어내는 아이들의 일상이 유쾌하고 재미있다. 책 곳곳에 담긴 익살맞은 삽화도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