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20억원대 ‘스톡옵션’ 행사 논란

입력 2011-03-03 22:10

금융당국 “정신 못차려” … 금융권 “간섭 지나쳐”

금융당국이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의 20억원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를 두고 잇따라 경고한 데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자의적 경영을 견제하려는 의도인 만큼 정당한 감독권 행사라는 입장이 있는 반면, 법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이사회의 승인도 받은 민간 금융회사 CEO 보상 결정에까지 금융당국이 간섭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3일 은행장들과의 조찬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라 전 회장의 스톡옵션 행사에 대해 “(라 전 회장과 이사회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게 아닌가. 이사회가 기능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게 바로 이런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이날 “(신한이) 갈등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였는데 조직과 인사에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그게 없다면 신한금융의 미래는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강경 발언은 라 전 회장의 스톡옵션 행사 문제가 금융회사 CEO 리스크 관리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CEO의 월권을 견제하기 위해 금융회사 경영지배구조 개선방안 마련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지난해 중징계를 받은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의 스톡옵션은 모두 취소됐는데 신한금융이 역시 중징계를 받은 라 전 회장에게는 이를 허용한 것을 금융당국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반면 강 전 행장과 라 전 회장은 경우가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강 전 행장이 카자흐스탄 투자 실패 등으로 은행에 직접적인 손해를 끼쳤다면, 라 전 회장은 직접 손실보다는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 더구나 라 전 회장은 횡령 혐의 등에 대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사회에서도 법무법인으로부터 이러한 검토 의견을 받고 이사들의 찬성으로 스톡옵션을 허용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감독 당국이 원칙은 무시한 채 민간 금융회사에까지 국민정서법을 동원하려 하고 있다. 라 전 회장 후임 결정에 대한 ‘괘씸죄’도 작용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신한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의 잇딴 강공에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라 전 회장은 신한금융 이사회가 스톡옵션 행사를 허용하자 지난달 28일 2005∼2008년 사이 부여된 30만7000여주 가운데 21만여주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고 9만여주는 반납했다. 라 전 회장이 스톡옵션 행사로 얻은 차익은 약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금융권에서 스톡옵션은 국민은행과 합병한 주택은행장 출신의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이 1998년 동원증권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5만주를 받은 것이 효시가 됐다. 김 전 행장은 이후 합병 국민은행장이 돼 실적개선 공로로 받은 스톡옵션을 행사해 100억원을 챙겼다. 이에 금융권 전반에 스톡옵션 붐이 불어 과도한 성과급에 따른 도덕적 해이 논란이 거세지자 은행권 임직원들이 잇따라 스톡옵션을 반납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