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열 올릴때는 언제고… 증권사 “자문형 랩 어쩔꼬”

입력 2011-03-03 18:42


자문형 랩어카운트가 최근 증시 조정장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면서 판매에 열을 올렸던 증권사들이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얼마 전 적립식 자문형 랩에 대한 갑작스런 판매 중단까지 겹치며 투자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은 코스피지수가 1920선까지 떨어진 2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증권사들이 조정장에서 자문형 랩 수익률이 고전을 면치 못해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회사에 비해 판매량이 적어 그나마 다행”이라며 “더 많이 팔았으면 요즘 고객 볼 면목이 없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3일 현대증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최근 한 달간 자문형 랩 수익률이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을 밑돌았다. 출시한 지 1년 이상 된 5개 자문사의 랩 상품 1개월 평균 수익률은 -3.7%로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 -2.4%보다 낮았다. 그러나 3개월 수익률에서는 자문사 랩이 7.0%으로 주식형 펀드(3.8%)보다 높았고, 6개월과 1년 수익률에서는 월등히 앞섰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증시 상승기에서는 수익률을 극대화했지만 올 들어 하락기에선 인기가 시들해진 펀드에도 뒤지는 상황이다. 자문형 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흥행몰이가 시작돼 올 들어서만 2조원가량이 유입됐는데, 올해 신규 투자자들은 ‘꼭지’에 들어와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 신동성 수석은 “잠깐 재미를 봤다가 수익률이 고꾸라지자 투자자들 문의전화가 많다”면서 “대부분 불만이 많고 예민해졌다”고 말했다. 예컨대 1억원 예치했다면 1개월 평균 수익률(-3.7%)을 반영할 때 300만원가량을 한 달 사이 잃었다는 얘기다. 그는 코스피가 1950선을 하회하면서 이달 들어선 하루 가입액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달부터 국내 주식형 펀드로 돈이 몰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는 자금이 순유출되다 지난달엔 1조6936억원이 들어와 8개월 만에 순유입 전환됐다.

자문형 랩에 대한 신뢰는 최근 적립식 자문형 랩 판매가 출시 한 달여 만에 중단되면서 더욱 추락하는 모양새다. 삼성(69억원), 한국투자(18억원), 대우증권(2억원) 등이 1월 말부터 팔았는데 지난달 21일 판매를 중단한 후 지금까지 기존 가입고객을 달래기 위한 방안이 없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적립식 랩은 금융당국에서 ‘펀드처럼 운용하는 것은 편법’이라며 판매를 중단시켰다. 이들 증권사는 기존 가입고객에 대한 방안을 묻자 “금융감독원의 추가 지침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금감원 김동회 금융투자 업무팀장은 “해당 증권사가 알아서 할 문제”라고 말했다. 서로 책임을 미루는 통에 투자자만 피해를 보는 형국이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