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잇단 유화 제스처에… 北 ‘도발’ 카드 접고 대화 나설까

입력 2011-03-03 18:24

북한이 도발과 대화 카드를 양손에 쥐고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식량지원을 고리로 북한과 대화를 모색하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남한도 강경했던 기존 분위기를 다소 누그러뜨리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궁지에 몰려 도발카드를 만지던 북한이 한·미의 유화 제스처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3일에도 북한에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주한외교단 초청 행사에서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의 메시지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면서 “이 대통령은 이틀 전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확고히 하려는 바람에서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한 이명박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취지를 부연 설명한 것이다.

당국자와 대북 전문가들은 키리졸브·독수리 한·미 연합훈련 이후를 주목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되는 기간에는 북측의 (긍정적)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군사회담이 결렬된 만큼 어느 정도 냉각기를 갖고 4월쯤 대화재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변수도 있다. 북한 주민 31명 중 4명이 남측에 귀순의사를 밝힌 데 따른 북한의 반발 강도다. 북한은 남한이 ‘귀순 공작’을 벌여 사실상 납치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 경우 남북관계 경색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북측이 대화국면 조성을 위해 이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민주화 열풍도 변수다. 중국에까지 번지고 있는 만큼 북한이 내부 단속을 위해 대외적으로 강경 노선을 택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만큼 한·미 연합훈련이 마무리되면 대화 재개를 위해 남측에 손을 내밀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11월 25일 예정된 적십자회담을 이틀 앞두고 연평도 포격도발을 감행한 전례가 있는 만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