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에 희생된 샤바즈 바티 생전 동영상 공개 “생명 위협받지만 믿음은 날 더 강하게 한다”
입력 2011-03-03 18:42
2일 피살된 샤바즈 바티 파키스탄 소수민족부 장관의 담대한 삶이 회자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바티 장관의 워싱턴 방문 당시를 회고하며 “그는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용감한 사람이었다”고 밝혔다고 3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올라프 트베이트 총무도 3일 성명서를 발표, “바티 장관은 용기의 사람이었다”며 “파키스탄 주민들이 신성모독법 아래 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며 살았다”고 평가했다.
10여년 전 파키스탄소수자동맹(APMA)을 창설해 행동가로 일하던 바티 장관은 소수민족과 종교 간 상생과 평화를 외쳤다. 이 때문에 항상 과격파들의 공격을 받았고 살해 위협도 여러 차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들은 그가 항상 죽음 앞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정당하고 옳은 일을 위해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특히 탈레반과 알카에다 같은 단체의 폭력을 비판했다. 지난해 ‘아시아 비비’ 사건으로 시작한 신성모독법 반대 캠페인은 과격파들의 직접적 표적이 됐다.
이런 가운데 3일 미국의 복음주의종교자유단체인 퍼스트스텝포럼은 바티 장관의 생전 인터뷰 동영상을 공개했다. 1분30초짜리 영상에서 바티 장관은 “나는 신성모독법을 반대하는 것 때문에 위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내 믿음은 나를 더욱 강하게 한다. 우리는 소수 극단주의자들이 그들의 어젠다를 파키스탄 땅에서 적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그는 동영상에서 “나는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고통 받는 공동체와 함께 살아간다. 그들의 권리를 방어하다 죽을 것이다”라며 죽음까지 불사할 것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어떠한 위협이나 경고도 나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고 강인한 의지를 내보였다.
바티 장관과 함께 7년간 일해 왔다는 퍼스트스탭포럼 요한 칸델린 친선대사는 인터뷰 동영상에 대해 “바티 장관의 말은 세계를 향한 자기고백이었다”며 “그는 이미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미혼으로 지내는 이유였다. NYT는 “지난 1월 암살당한 살만 타시르 펀자브 주지사가 사회적 명망가로서 부유하게 살았던 운동가였다면, 바티 장관은 소박하게 살며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일과 살았다”고 평했다.
바티 장관의 장례식은 파키스탄 관습에 따라 사망 하루 만인 3일 오후 열렸다. 장지는 라호르에서 서쪽으로 100여㎞ 떨어진 고향 페이슬라바드였다.
한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3일 후임 소수민족부 장관직을 바티 장관의 가족 중에 임명할 계획을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유가족으로는 모친과 외국에서 살고 있는 형제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