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 ‘코카콜라 전쟁’… 무타심·모하메드, 측근 병력 동원

입력 2011-03-03 18:10

“영화 ‘대부’를 아세요? 우리는 지난 몇 달 동안 그 영화에 나오는 일을 겪었답니다.”

리비아의 한 기업인은 2006년 트리폴리에 있는 미국 외교관에게 한 사건을 털어놨다. 이 기업인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두 아들이 코카콜라의 리비아 판매회사를 차지하려고 무력 충돌까지 벌였다는 거였다.

로이터통신은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가 확보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국의 비밀 외교전문을 입수해 2일(현지시간) 워싱턴발로 보도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우리는 어떤 외교전문에 대해서도 코멘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극한 대립을 빚은 형제는 무타심 카다피와 모하메드 카다피였다. 또 다른 미 외교전문은 프로축구 선수인 카다피의 셋째아들 사디도 이 다툼에 개입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무타심과 모하메드 간 충돌은 2003년 말 카다피의 핵 개발 포기 선언 이후 리비아에 대한 경제봉쇄 제재 조치가 완화되면서 시작됐다. 수도 트리폴리에 코카콜라 병입 공장이 세워지면서 갈등이 야기됐다.

이 공장은 영국회사 ‘카무르’와 리비아올림픽위원회가 합작한 회사였다. 리비아올림픽위원회는 모하메드가 위원장으로 있었다. 트리폴리 공장이 코카콜라를 공급하기 시작한 지 2주 만인 2005년 12월 28일 공장이 문을 닫는 일이 벌어졌다. 군용 차량 2대에 나눠 탄 무장 병력이 그날 공장을 전격 점거한 뒤 직원들을 내쫓았다. 그들은 무타심에 충성하는 세력으로 드러났다.

무타심은 1990년대 말 카다피에게 반기를 들다가 이집트로 쫓겨나 있는 동안 모하메드가 리비아 국내 청량음료 사업을 차지한 데 앙심을 품고 있었다. 무타심의 병력이 공장을 점거한 후 양측의 충돌은 산발적으로 계속됐다. 그 뒤 무타심 측근 병력은 모하메드의 자택을 에워싸기도 했고 모하메드의 사촌을 붙잡아 자동차 트렁크에 감금하기도 했다.

결국 이 사건은 2006년 말 모하메드가 이 합작 사업의 리비아올림픽위원회 지분을 제3자에게 넘기면서 마무리됐다.

정원교 기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