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의 ‘미친 패션’… 황금·보라 원색 화려한 제복
입력 2011-03-03 18:09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패션을 분석해 오묘한 그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봤다. 최근 반정부 시위대에 미사일까지 쏴 진압하면서도 “리비아에는 아무 일이 없다. 평온하다”고 말하는 카다피다.
타임은 최근 ‘카다피의 패션: 황제에게는 일부 미친 의상(Crazy Clothes)이 있다’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그는 공식석장에 주로 전통의상을 입고 나온다. 흔히 보는 갈색 계통도 있지만 황금색이나 보라색 등 원색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9년 2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 카다피는 황금색 리비아 전통의상인 ‘아라비안 가트’에 모자 ‘체체야’를 쓰고 나타나 화려함을 한껏 과시했다. 카타피는 평소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선글라스를 즐겨 착용한다. 타임은 카다피가 “내 미래는 너무나 밝아서 가리개가 필요하다”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수단에서 2006년 1월 열린 AU 정상회의에선 눈에 확 띄는 화려한 보라색 전통의상을 입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보라색 일색이었다. 타임은 “그런데 왜 벨벳은 아니지?”라며 그의 패션을 희화화했다.
카다피가 화려함만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 그는 드러내고 싶은 메시지를 옷으로 표현하는 데 능하다. 2009년 카다피가 동맹국 이탈리아를 방문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만나는 자리에 입고 나온 제복이 대표적이다. 제복 가슴엔 오마르 무크타르 등 리비아 독립운동가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20년간 이탈리아가 리비아를 점령한 데 대한 항의표시였다.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2008년 열린 한 행사에서 카다피는 자신을 “아프리카 ‘왕 중 왕’”이라고 선언했다. 선언에 걸맞게 황금관을 쓰고, 황금목걸이와 황금지팡이를 준비했다. 2008년 리비아에서 열린 한 기자회견에서는 아랍 민족주의를 이끌었던 가말 압델 나세르 이집트 전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군복에 붙이고 나와 자신의 이념을 설파하기도 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