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또 다른 베트남을 만들 것”-클린턴 “방치하면 제2 소말리아 가능성”

입력 2011-03-03 22:08

“또 다른 베트남(another Vietnam)으로 만들 것이다.”(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거대한 소말리아(giant Somalia)가 될 것이다.”(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국제사회의 리비아에 대한 군사 개입을 둘러싼 카다피와 클린턴 장관의 입씨름이다. 카다피는 ‘제2의 베트남전’을 상기시키며 국제사회의 개입을 경고한 반면, 클린턴은 최악의 내전 상태인 소말리아를 거론하며 개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군사 개입의 시각차=카다피는 2일(현지시간) 2시간30분간의 국영TV 연설에서 “우리는 200만∼300만명에게 무기를 나눠줄 태세가 돼 있고 또 다른 베트남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의 최대 악몽인 ‘베트남전’ 카드로 미국의 군사 개입 움직임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국민 다수에게 무기를 나눠주겠다는 발언도 만약 국제사회가 군사 개입을 할 경우 민간인과 전투병의 구분이 없는 베트남식 게릴라전 형태로 장기전을 치르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1961년 ‘공산주의 확대 저지’를 명분으로 베트남전 참전을 결정했지만, 75년 사이공시(현 호찌민시) 함락을 끝으로 패배한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AFP통신 자료에 따르면 14년간 미군 전사자만 5만8209명이며, 투입된 전비만도 1110억 달러(약 124조원)에 달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우리의 가장 큰 우려는 리비아가 대혼란에 빠져 거대한 또 다른 소말리아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혼돈 상태의 리비아를 방치할 경우 20여년간 내전으로 무정부 상태인 소말리아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국제사회가 나설 차례라는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비행금지 구역의 설정 필요성을 다시 역설했다. 하지만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군사적 개입에 미온적이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사태에 대비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나토는 (군사적으로) 관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현 상황도 코소보 사태와 비슷=벵가지 지역 반정부 세력이 이날 카다피의 아프리카 용병부대에 대한 공습을 유엔에 요청한 대목은 90년대 말 코소보 사태와 닮았다.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알바니아계 코소보 주민들은 99년 국제사회에 세르비아 병력을 공습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해 3월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나토를 활용해 공습했고, ‘인종청소’ 작전을 펼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당시 세르비아 대통령을 전범으로 국제법정에 세웠다. 하지만 주권 국가에 타국의 군사 개입 문제는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