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깎았다 경기가 풀린다… 프로배구 LIG 선수들 삭발투혼 4강 티켓 눈앞
입력 2011-03-03 22:12
머리카락을 잘라 결의를 다지는 삭발은 다양한 의미가 함축돼 있다. 3일 밀양 신공항 유치를 염원하며 시의원들이 삭발한 것은 자신들의 결의를 재확인하고 중앙정부를 강력하게 압박하겠다는 의미다.
승려나 신병들의 삭발은 구도나 훈련의 방해요소를 제거한다는 뜻일 게다. 갓난아기의 삭발은 예쁜 머리카락이 자라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사랑이 담겼다.
그렇다면 운동선수의 삭발은. 최근 프로배구판에 삭발 부대가 등장했다.
2일 LIG손해보험 선수들은 포스트시즌 티켓이 걸린 4강 라이벌 KEPCO45전에서 상무신협 선수처럼 머리를 짧게 깎고 출전했다. 신병처럼 완전한 민머리는 아니었지만 배구를 직업으로 하는 프로선수치고는 어색할 정도의 길이였다. 보스니아 용병 페피치도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단합하는 의미로 머리를 깎았다”며 삭발의 의미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삭발 투혼을 앞세워 LIG손보는 최근 KEPCO45에 2연패 당한 수모를 3대 0으로 갚고 4강 티켓을 거의 거머쥘 수 있었다.
지난 1월 20일에는 삼성화재가 머리를 짧게 깎고 대한항공과 대전 홈경기에 나섰다. 당시 삼성화재는 4승10패의 참혹한 성적으로 7개 팀 중 꼴찌를 달리고 있었다. 팀 창단 후 3위 이하도 해본 적이 없었던 삼성화재로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주전 세터 최태웅은 현대캐피탈로 떠났고 수비전문 석진욱은 부상으로 코트를 떠났다.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기 자신들뿐. 삭발은 그래서 이뤄졌다.
이날 삼성화재는 선두 대한항공을 3대 0으로 완파하며 최강의 자존심을 되살렸다. 이날 이후 삼성화재는 3일 우리캐피탈전 3대 0 승리까지 무려 10승3패를 기록, 14승13패로 3위로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뒀다.
무조건 머리를 깎는다고 성적과 연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다잡고 승리를 위해 집중하자는 의미의 삭발은 뜻밖의 위력을 발휘한다. 최근 현대캐피탈도 고참 최태웅에 이어 몇몇 선수가 머리를 짧게 깎았다. 대한항공과 삼성화재 등 라이벌팀에 연패한 팀 분위기를 일신해보자는 의도로 보인다. 올 시즌 프로배구 포스트시즌은 이래저래 삭발팀간의 혈전으로 펼쳐질 공산이 크다. 스포츠심리학자들은 “삭발은 잡생각을 떨쳐버려 정신을 집중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자신의 에너지를 한데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의외의 힘을 발휘하는 수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현대건설의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된 여자부에서는 2위 도로공사가 4위 인삼공사를 3대 0으로 완파하면서 3위 흥국생명(11승10패)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결정지었다. 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의 플레이오프는 19일부터 열린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