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문일] 인터넷에 갇힌 모리화 혁명
입력 2011-03-03 17:42
피지도 않은 꽃봉오리가 핍박받고 있다. 이슬람 세계를 휩쓴 ‘재스민 혁명’의 전파를 두려워한 중국 정부가 인터넷에서 재스민과 중국명 모리화(茉莉花) 검색을 금지한 것. 2006년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공자학원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학생들과 함께 중국 민요 ‘모리화’를 함께 부르는 뉴스 동영상이 화제가 되자 이도 보이는 족족 삭제하고 있다.
그런데 2008년 8월 후진타오 주석 방한 때 CBS소년소녀합창단이 환영만찬에서 ‘모리화’를 불러 후 주석의 박수를 받은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모리화’가 중국 국가에 버금가는 지위를 얻게 된 내력이 있다. 이 노래는 청나라 건륭제(乾隆帝) 시기 장쑤(江蘇)성 일대에서 비롯돼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지방마다 곡조와 가사를 조금씩 달리하면서 중국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민요가 됐다.
1896년 청나라의 실력자 리훙장(李鴻章)이 유럽 방문에 나설 때 의전용 국가 연주가 필요하다는 말에 임기응변으로 가락이 단순한 이 노래에 그럴 듯한 가사를 붙여 사용했다. 이를 계기로 이 곡조가 유럽에 알려졌다. 작곡가 푸치니는 오페라 ‘투란도트’에 이 곡을 집어넣었다.
지방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던 이 노래에 1957년 ‘모리화’라는 공식 명칭과 표준 가사가 정해졌다. <한 송이 예쁜 모리화/아름다운 가지마다 향기가 가득/사람들은 향기롭고 하얀 너를 상찬하네/한 송이 꺾어/님에게 선물하고 싶구나/모리화야 모리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탄둔(譚盾)의 편곡이 시상식 음악으로 사용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작년 중국 민주화 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평화상 궐석 수상식에서 이 노래가 연주됐다. 주최 측은 감옥에 있는 류샤오보는 물론 가족 참석조차 허락하지 않은 중국 정부에 대해 중국의 비공식 국가를 역용(逆用)해 항의했다.
‘모리화 혁명’의 가능성에 대해 중국 안팎의 관심이 크다. 공산당 일당독재 하에서 간부들은 부패하고 빈부격차와 취직난은 갈수록 심각하다.4억5700만명(2010년 말 기준)에 이르는 인터넷 인구가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고 보는 것이다.
며칠 전 니와 우이치로 주중 일본대사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20년 동안 매년 10% 이상의 경제성장을 해온 중국의 국민에게 현재의 생활을 망가뜨리면서까지 정부를 무너뜨리려는 정열은 없다는 것이다. ‘한·중·일 현인(賢人)회의’ 멤버이기도 한 사람의 말이다.
문일 논설위원 norw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