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전성기 맞은 조영남 “세시봉 반짝 인기… 멤버들과 토크쇼 안 나갈것”
입력 2011-03-03 17:40
‘세시봉 열풍’의 한가운데에는 가수 조영남(66)이 있다. 스스로 요즘을 데뷔 초기와 첫 번째 결혼 생활에 이은 ‘인생의 세 번째 전성기’라고 할 만큼 인기가 높다. 오는 10∼1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여는 ‘세시봉 그후 45년:조영남 콘서트’는 이미 매진됐다. 이혼과 설화(舌禍)로 굴절된 그의 개인사마저도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1960년대 음악감상실 ‘세시봉’에서 만난 친구들(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과 출연한 TV 프로그램은 스페셜 방송까지 만들어져 추가 방영됐다.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조영남을 만났다. 그는 “세시봉 인기를 두고 이런저런 해석이 많은데 한 때의 유행에 불과하다. 소원해졌던 세시봉 친구들과 자주 만나게 됐다는 것을 빼면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조영남은 최근의 인기와 관련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머쓱해했다. 이미 정해놓은 자신의 묘비명 ‘웃다 죽다’, 좌우명 ‘잘 사는 게 이기는 것이다’를 지키려고 살아왔고, 살아갈 뿐이라고 했다. 반복된 질문에 “요즘 가수들처럼 남들이 만들어준 노래를 (기획사를 통해) 예쁘게 포장된 형태로 부르지 않으니 관심을 끈 것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딸(22)이 우리가 나온 TV를 보고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으니 변화는 있죠. 요즘 기타가 없어서 못 팔정도라니 사회적으로도 뭔가 달라진 것이 있을 것이고요. MBC와는 세시봉 한 명씩 돌아가며 3∼4시간짜리 공연을 하루 종일 해보는 마라톤식 프로그램도 논의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열풍은 유행에 따라 바지통 너비가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인기는 잠깐일 뿐이에요.”
조영남은 앞으로 토크쇼에 세시봉 멤버들과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올 들어 이미 두 차례나 방송돼 큰 인기를 얻은 ‘세시봉 콘서트’와 관련해서도 송창식과 윤형주 등이 불쾌한 감정을 표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순수공연 형식의 콘서트인 줄 알고 ‘세시봉 콘서트’에 나갔는데 토크쇼인 ‘놀러와’하고 다를 게 없었다”며 “난 방송사 녹을 먹고 사는 처지이고 방송 생리도 잘 아니까 괜찮았는데 윤형주나 송창식은 불만이 컸다”고 털어놨다.
시종일관 담담한 말투로 인터뷰에 응했지만 MBC ‘일밤’의 새 코너 ‘나는 가수다’와 관련해서는 쓴소리를 했다. ‘나는 가수다’는 김건모, 김범수, 정엽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참가해 가창력을 심사받는 오디션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오는 6일 첫 방송을 탄다.
조영남은 “가수들 노래에 점수를 매겨서 떨어뜨리는 것은 덜 돼 먹은 생각이며 최악의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노래 잘하는 가수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는 선의가 있다고 해도 이런 프로그램은 예술에 대한 모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자신이 진행하는 KBS 교양프로그램 ‘명작스캔들’과 관련해서는 “내가 진행한 프로그램 중 최고의 프로그램”이라며 “100% 순수 예술만 얘기하는 가장 고급한 프로그램”이라고 추켜세웠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웃음만 지었다. 가수로서 내세울 법한 포부나 새로운 히트곡을 만들겠다는 각오 등 틀에 박힌 대답은 그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껏 그래왔듯 무대에서 노래하고 그림 그리고 책을 쓰며 낙천적으로 살 겁니다.” 그게 대답의 전부였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