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테크노믹스’ 펴낸 강철규 교수 “반부패 등 사회적 기술 개발해야 선진국 도약”
입력 2011-03-03 17:34
참여정부의 첫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내며 ‘재벌 개혁의 전도사’로 이름을 알린 강철규(66·사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가 최근 ‘소셜테크노믹스’(엘도라도)라는 책을 펴냈다.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직에서 지난 2월 정년퇴임하면서 그동안 이룬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것인데 21세기 한국 사회와 경제, 역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 기술’이 절실하다는 주장을 담았다.
지난 1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강 교수는 우선 사회적 기술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했다.
“보통 사람들은 기술하면 기계 등 물리적 기술을 떠올리는데 사회적 기술이란 제도와 조직, 정책, 법률, 운영능력 등을 망라하는 개념입니다. 농지개혁이나 금융실명제 같은 것을 가리키죠. 역사적으로 볼 때 사회적 기술은 발전을 위한 생산성 극대화에 물리적 기술보다도 더 큰 기여를 해왔습니다.”
강 교수는 사회적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전에 ‘발전’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성장이나 개인의 자유 확대를 발전으로 단정하는 기존의 좁은 시각에 머무르지 말고 인간으로서 우리 모두가 바라는 생명 존중이나 신뢰 사회 구축, 재산권 보호 등 기본적인 가치가 실현되는 과정 자체를 발전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성장은 발전에 기여는 하지만 필요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스리랑카나 인도 사람들은 자신들보다 소득수준이 높은 가봉이나 브라질 사람들보다 더 많은 행복감과 만족을 느끼고 산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어요.”
그는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깔고 10여년간 150여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증분석 자료를 분석해가며 사회적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선 87개국을 샘플로 한 연구에서 사회적 기술이 국가 성장에 크게 기여한다고 판단한다. 이어 68개국을 대상으로 한 패널자료 분석을 통해 후발국의 성장속도가 빨라져 선진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수렴가설이 일반적으로 타당하기보다는 반부패나 투명성, 법치 등 사회적 기술이 일정 수준으로 올라선 그룹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여기에 인류 역사상 중요 전환점마다 사회적 기술이 등장해 발전을 이끈 점에 주목하고 교환과 분배라는 인류 최초의 사회적 기술에서부터 20∼21세기 최고 사회적 기술인 유럽통합에 이르기까지 12가지 사례를 살폈다. 또 한국 현대사에서 좋은 사회적 기술이 어떻게 발전을 이끌어왔는지 살피기 위해 해방 이후 현재까지 60여년간을 사회적 기술의 도입과 전개를 기준으로 논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는 경제수준에 비해 부패가 심하고 남북 간, 보수와 진보 간 등 내부의 갈등이 심각한 편”이라며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물리적 기술보다 통합과 화해, 반부패, 신뢰사회 구축 등을 위한 사회적 기술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