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김용권] 뒷짐, 뒷북치는 전주시내버스 파업
입력 2011-03-03 17:35
“돈 없는 서민들의 발 역할을 하는 버스 파업이 시작된 지 벌써 석 달이 다 돼 갑니다. 무려 석 달이요. 달이 바뀌고 해가 바뀌었어요. 도대체 이게 무슨 꼴입니까.”
꽃샘추위가 이어진 3일. 전북도청 현관 앞에서는 시민들의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들은 “청사를 한 바퀴나 뱅뱅 돈 끝에야 출입문을 찾았다”고 분노했다. 전북도가 전주지역 시내버스 파업 시위대가 들어올 것을 우려해 10여일 전부터 한쪽만 열어두고 모든 출입구를 막은 탓이다.
전주 시내버스 파업은 이날로 86일째.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정치인들이 그동안 팔짱만 낀 채 방관하다 비난이 높아지자 뒷북을 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북도와 전주시는 지난해 12월8일 5개 회사 노조원들이 파업에 돌입했지만 “꼬여 있는 현안들이 많아 노·사 양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지금은 뭐라고 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 해 왔다. 지자체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사이 시내버스 운행률은 절반 가까이로 뚝 떨어졌다. 차량에 불을 내거나 운행중인 버스의 유리창을 깨는 등 살풍경도 잇따르고 있다.
송하진 전주시장과 김완주 전북지사는 학생들의 방학이 끝나자 뒤늦게 부산을 떨며 보조금 지원 중단, 사업권 취소 등 극약처방을 내놓았지만 사태가 쉽사리 마무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동영, 장세환, 신건 의원 등 전주지역 국회의원들이 지난 2일 호소문을 발표하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으나 “여론의 뭇매를 의식한 면피용 쇼를 했다”라는 따가운 눈총만 받고 말았다.
아직도 학생과 노인, 서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뿐이다. 성난 민심은 페이스북을 통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1인 시위가 이를 반증한다. 그들이 들고 있는 푯말에 적힌 글은 안타깝고 애처로운 처지를 전한다. “버스가 와야 학교에 다니죠”.
전주=사회2부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