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금융공룡’ 세계를 넘본다… 중국공상은행 ‘美 소매금융시장’ 진출 초읽기
입력 2011-03-02 18:49
중국의 ‘금융공룡’이 꿈틀거리고 있다. 자산규모가 1조6000억 달러로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의 미국 소매금융 시장 진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 은행들까지 휘청이는 사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과 일본 은행이 해외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어 국내 금융기관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공상은행은 지난 1월 미국 뉴욕과 캘리포니아에 13개 지점을 거느리고 있는 홍콩 동아은행의 미국 은행 자회사 지분 80%를 인수했다. 미국 감독 당국의 허가가 떨어지면 중국은행(Bank of China)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 소매금융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중국은행은 뉴욕 등에 단 3개의 지점만 갖추고 있어 사실상 중국공상은행이 본격적인 진출을 타진하는 셈이다.
정치적 여건도 뒤를 받쳐주고 있다. 최근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미국에 국빈방문 하는 등 양국 간 긴밀한 정치적 교섭이 이뤄지고 있는 데다 위안화가 달러화의 지위를 위협할 정도로 세계 금융시장에서 중국의 지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직후 중국공상은행이 뉴욕에서 상업대출 허가를 받은 점을 감안하면 소매 금융 허가 역시 조만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은행들은 그동안 감독 당국의 규제와 노하우 부족 등으로 인해 해외 진출에 비교적 소극적이었다. 실제 2009년 중국 최대 민간은행인 민생은행이 미국 은행을 인수하려했으나 1억3000만 달러의 손해만 입은 채 실패한 경험도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70%의 지분을 보유한 국영은행인 중국공상은행이 진출에 성공할 경우 미국 내 약 335만명(2004년 말 기준)의 화교를 발판으로 급속도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중국은행은 지난 1월부터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위안화 계정 업무를 시작하는 등 활동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화교는 물론 중국에 진출하려는 미국인을 중심으로 소매금융을 시작하게 되면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가능해진다”면서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금융권에 공백 상태가 생긴 만큼 국내 은행들도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의 경우 2007년 신한은행이 미국 NAB은행을 인수, 현지화에 성공하는 등 2000년대 들어 미국 진출을 가속화했었다. 그러나 최근 선진국보다는 동남아 쪽으로 방향을 틀어 영역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번엔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일본 은행들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일본 최대은행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에 이어 2∼3위인 미즈호파이낸셜그룹과 스미토모미쓰이파이낸셜(SMFG) 그룹은 올 상반기 말레이시아에 현지 자회사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대한 신디케이트론(다수은행이 공통 조건으로 융자해주는 중장기 대출) 실적에서 MUFG와 SMFG는 각각 5위와 12위를 차지했었다. 여기에 HSBC와 스탠다드차터드(SC)가 이미 동남아의 소매금융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국내 은행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