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실업급여’… 감사원 111억 부당수급 적발

입력 2011-03-02 18:41

기업들 친인척 등 동원 조직적 부정수급 드러나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실업급여 부정 수급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건설회사 대표의 동생은 주부, 지인, 친인척 등 92명을 공사현장 근로자로 허위 등록해 이들이 실업급여를 받도록 한 다음 절반 정도의 금액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다. 이름을 빌려준 92명이 타낸 실업급여는 3억2000만원에 이른다. 또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을 고용한 모 업체는 한국인들을 근로자로 허위 신고한 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허위 근로자를 모집해 실업급여를 타낸 업체 11곳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업체에 이름을 빌려준 595명이 지난 3년간 수령한 실업급여는 19억원에 달한다. 이밖에도 외국에서 근무 중인 직원을 휴직자로 신고한 후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거나, 이미 고용한 근로자를 신규 고용하는 것처럼 허위 신고해 신규고용촉진장려금을 받는 등 고용 관련 복지예산을 노린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008∼2010년 지급된 실업급여 등 총 39만여건의 고용보험기금 자료 중 부정수급이 의심되는 3만5000여건을 조사한 결과, 1829명이 111억원을 부당 수급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2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학원 강사, 어린이집 보육교사 등 778명은 취업 사실을 숨기고 실업급여 18억원을 수령했다. 또 실업급여 신청일 이전 1개월간 10일 이상 일해서 수급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건설일용근로자 456명이 19억원의 실업급여를 타갔다.

감사원은 “고용보험 적용의 양적 확대에만 치중해 부정 수급 방지를 위한 피보험자격 관리가 철저하지 못했다”며 “특히 사업주가 허위 근로자를 모집해 실업급여를 타내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이름을 빌려준 사람은 실업급여를 받아서 좋고 업체는 법인세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앞으로 ‘복지사업점검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각종 복지급여 누수 현상을 지속적으로 감사할 방침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