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잃은 서민의 희망지킴이… 위기의 가정 보증금 지원 동두천 ‘천사운동본부’
입력 2011-03-02 18:41
경기도 동두천시에 사는 김모(32·여)씨 가족은 지난해 12월 갑자기 오른 월세 보증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거리로 쫓겨날 뻔했다. 2008년 보증금 100만원, 월세 20만원에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계약했지만 계약만료 시점에 집주인이 보증금을 400만원 더 올려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어 20만원의 월세도 빠듯했던 김씨 가족에게 400만원은 당장 마련하기에 너무나 큰 돈이었다. 김씨는 시민단체 ‘희망지킴이 천사운동본부’의 도움으로 보증금 인상분을 간신히 마련해 위기를 넘겼다. 그는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말했다.
끝없이 치솟는 전·월세 가격 때문에 거리로 내몰리는 가정에 한 시민단체가 버팀목이 되고 있다. 동두천시를 근거로 활동하는 천사운동본부는 2005년부터 보증금 인상분을 마련하지 못해 쫓겨날 처지에 놓인 서민을 지원하고 있다.
천사운동본부의 ‘누구나집 보증금 지원사업’의 원래 목적은 무의탁 노인과 장애인·소년소녀가장 등이 함께 살 수 있는 공동주택 건립이었다. 하지만 행정절차상 문제로 공동주택 건립 사업이 계속 미뤄지자 전·월세 보증금 지원으로 방향을 돌렸다. 공동주택을 짓는 대신 쫓겨날 위기에 처한 이들을 돕자는 것이었다.
2005년 13가정으로 시작된 지원 사업은 이달 현재 수혜 가정이 62가정으로 늘었다. 지난해까지 지원한 보증금도 1억5000만을 넘겼다. 천사운동본부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지원금 회수를 위해 법적 조치를 하지 않아도 지금까지 대부분은 이사를 할 때 지원금을 반환하고 있다고 본부 측은 전했다.
천사운동본부는 서민 외에 대학생이나 신혼부부 등 젊은층도 지원하고, 동두천 이외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매월 1만원씩 내는 회원 1200여명의 기부금만으로는 쉽지 않다. 서길정 천사운동본부 사무국장은 “긴급 주거대책이 필요한 대학생과 집 문제로 결혼을 미루는 청년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면서 “다른 사회단체도 보증금 지원사업을 도입해 사회안전망이 전국적으로 형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