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수험생 뿔났다… 숨 넘어가는 지문에 난방안돼 덜덜
입력 2011-03-02 21:25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지난 1월 치러진 9회 사회복지사 1급 시험과 관련, “난도와 시험장 시설 등에 문제가 있었다”며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추가시험을 요구했다. 응시자들도 재시험을 요구하는 등 집단 움직임에 나섰다. 그러나 공단 측은 “재시험 계획은 없다”며 요구를 일축했다.
2만5471명이 응시한 올해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은 지난 1월 23일 치러졌다. 한 달 뒤 발표된 1차 합격예정자 합격률은 역대 최저인 14.4%였다. 최종합격자 비율이 5회 시험 25%, 6회 46.3%, 7회 31.1%, 8회 42.1%였던 것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받게 되며 시험을 통해 1급 자격증을 따면 20만원 정도 많은 월급과 법인기관 설립 자격 등이 주어진다. 2010년말 기준으로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소지자는 9만988명이다.
협회 측은 “이번 시험은 기본서에도 나오지 않은 문제가 출제되는 등 난도가 높고 시험 환경도 좋지 않아 합격률이 낮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 측에 민원을 제기한 한 응시생은 “다 읽기도 버거운 긴 지문에 한 번도 보지 못한 내용의 문제가 대거 출제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응시생은 “띄어쓰기도 제대로 되지 않은 등 문제 수준이 형편없었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시 원주공고에서 시험을 치른 한 응시생은 시험장에 난방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하루 종일 벌벌 떨며 시험을 치렀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답안 작성지인 OMR 카드도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시험장이 있었다는 민원도 접수됐다.
교수와 강사들도 동조하고 나섰다. 광주대 사회복지학부 이용교 교수는 “3교시 법제 과목의 경우 학교에서 가르치는 범위를 벗어난 문제가 출제됐다”며 “매년 합격률이 들쑥날쑥한 만큼 시험지를 공개해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부지방고시학원 어현대 강사는 “이번 시험은 변별력과 난이도 조절 면에서 명백히 실패한 시험”이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와 공단, 협회 홈페이지에는 응시생들의 불만 글이 수백건 올라왔다. 협회 측은 응시생과 교수, 강사들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민원을 제기하자 지난 28일 공단을 항의 방문했다. 협회는 추가시험, 시험문제지 공개, 출제위원선정기준 공개, 특별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공단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2일 “암기만 하면 답을 쓸 수 있었던 문제 유형을 이해를 요구하는 유형으로 바꿔 출제한 것”이라며 “올해 재시험 계획은 없지만 내년부터 시험지를 공개하고 난이도 조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