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내우외환] ‘수요 압력 증가 + 인플레 심리’ 악순환 될까 촉각
입력 2011-03-02 21:42
최근의 물가 불안을 더 이상 원자재와 국제곡물가 등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돌릴 수 없게 됐다. 근원물가(일시적 외부 충격에 따라 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장기적·기조적 물가)가 3%를 넘어선 것은 경기 회복으로 기조적인 수요 측 물가 압력도 상당해졌음을 의미한다.
여기에다 학원비와 외식비 등 개인 서비스 요금의 상승 폭 확대는 식품물가 발(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다른 물가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 물가안정 목표치의 상한선인 4%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물가 불안, 개인서비스까지 전이=물가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 충격’에 있다. 고유가, 구제역, 한파로 원재료 값이 오르거나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물가를 끌어올렸다.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8%나 상승했다. 생선·채소·과일 등 신선식품지수는 25.2%까지 치솟았다. 식료품 등을 포함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2% 올랐다. 2008년 9월(5.5%)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공급 충격이 경기 상승세와 맞물리면서 수요 압력 증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올라타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큰 폭으로 뛴 근원물가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개인서비스 물가가 훌쩍 올라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의 방아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비스 물가는 2.5% 올랐는데 이 가운데 공공서비스는 1.2%로 안정적이었다. 반면 개인서비스는 3.0%, 집세는 2.7% 상승률을 보였다. 개인 서비스 가운데 외식 물가는 3.5% 올랐다. 임종룡 재정부 1차관은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은 곡물가격, 구제역 등 원료 부분 영향이 첫 번째”라면서 “이어 수요 압력이 반영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덧붙여졌다”고 분석했다.
◇연간 상승률 4% 넘어서나=연간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차츰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예측과 달리 하반기에도 물가가 안정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국제유가 급등세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다. 또 리비아 사태로 환율이 오르는 점도 기댈 언덕이 줄어들게 만든다. 환율이 내려가면 원화 가치가 오르면서 수입물가를 낮추는 효과를 주는데 이마저 기대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 급등세가 쉽게 누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식료품, 공산품 물가가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커 4%대까지 오르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입가격이 국내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시차를 두고 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물가를 장담하기 어렵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4%에 육박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고위관계자는 “4%를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무라증권은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4.2%에서 4.5%로 상향 조정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