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해소” vs “시장경제 훼손”… ‘이익공유제’ 정운찬·홍준표 왜 티격태격하나
입력 2011-03-02 21:50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2일 기자회견을 열고 도입 의지를 밝힌 ‘초과이익공유제(profit sharing)’는 대기업이 초과이익을 달성했을 때 중소기업 협력업체와도 이익을 나누는 제도다.
기업이 초과이익을 직원들에게 상여금 등의 형태로 나눠주는 것처럼 중소기업과도 이익을 공유하자는 개념이다. 정 위원장은 초과이익 공유 방식으로 대기업이 초과이익 일부를 동반성장기금으로 조성하고 협력업체의 기술 개발, 고용 안정 등을 위해 집행하는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재계와 여권에서는 노사관계에 적용해야 할 개념을 기업 관계에 적용하는 것으로 시장경제주의를 거스르는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비판의 전면에 나선 것은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다. 홍 최고위원은 “세계 어느 나라도 이런 식의 제도를 채택한 곳이 없다”며 “대기업의 이익을 협력사에 주자는 주장은 어떤 법 논리를 근거로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 최고위원은 또 “나는 731부대가 일본의 세균전 부대였던 것을 잘 알고 있다”며 731부대를 항일독립군이라고 한 정 위원장의 실언을 겨냥했다. 또 세종시 사태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이상한 여자’라고 불렀던 점을 상기시키고 “나에게 ‘뭘 아냐’고 했는데 말을 가려 해야지”라며 신랄하게 비난했다.
정 위원장은 홍 최고위원의 지적에 대해 “외국 사례가 있다”고 반박했다. 정 위원장은 구체적인 사례로 도요타, 애플, 델파이 등 해외 기업이 실시하고 있는 ‘성과공유제(benefit sharing)’를 꼽았다. 다만 성과공유제가 일시적인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거뒀을 때 이익을 나누는 것인 반면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지속적으로 협력업체와 초과이익을 공유한다는 데 차이가 있다.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에는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대기업이 근시안적으로 단기 이윤만 추구하다 보면 대·중소기업 협력 시스템을 붕괴시켜 장기 이윤 극대화 기반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근시안적인 시각의 불행한 결과를 보여주는 대표적 예라고 언급했다.
정 위원장이 설명하는 초과이익공유제의 강점은 지속 가능성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5월 30대 그룹이 자금을 출연해 중소기업 기술개발 협력을 하기로 한 것처럼 일회성에 그치는 행사로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 사람의 설전은 정책적인 논쟁 차원을 넘어 이념 대결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