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공포·중동 불안… 건설업계 겹시름
입력 2011-03-02 18:27
건설업계가 내우외환에 휩싸였다. 리비아 소요사태에 따른 ‘중동 리스크’의 확산 위기감이 심화되면서 대형 업체들의 신규 수주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국내 중견업체들은 불투명한 국내 주택경기에다 공공건설 발주 물량까지 급감하면서 자금난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공공건설 발주 뚝…중견업체 위기감 고조=중견 건설업체들은 연초부터 유동성 부족에 따른 경영난으로 허덕이면서 줄도산 공포에 떨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1차 부도를 맞았던 진흥기업은 가까스로 최종부도 위기를 면했다. 대주주인 효성으로부터 자금을 대여 받아 지난달 말 막지 못했던 255억원의 상거래채권(진성어음)을 결제했다.
앞서 지난달 초 시공능력평가 순위 71위의 중견건설업체 월드건설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해 말에는 동일토건(49위)이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경기 수원에 기반을 둔 대림건설(194위)은 최종 부도 처리되는 등 지난 1월에만 10개 건설업체가 문을 닫았다. 전문건설업체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8%나 증가한 266곳이 폐업했다.
중견건설사들이 허덕이는 이유는 최근 2년 가까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주택시장 탓이 크다. 새집을 사려는 수요가 없다보니 분양시기가 늦춰지고, 금융비용만 나가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미분양·미입주 물량마저 처분하지 못하자 결국 현금 유동성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건설 물량까지 크게 감소한 영향도 크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부문의 수주액은 38조2000억여원으로 2009년보다 34.6%나 줄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올해도 공공건설 발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해외시장 진출이 빈약한 중소업체들은 유동성 악화로 벼랑 끝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해외수주 감소 불가피…사업확대 기회 될 수도=침체된 국내 상황에 따른 수주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해외로 발길을 돌렸던 대형 건설사들도 복병을 만났다. 리비아 소요 사태 등으로 중동 건설시장 진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달 초 현재 중동 지역 20개국에는 307개 국내 건설업체 등이 진출해 409개 공사를 계약한 상태다. 수주액만 총 48억 달러 규모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211억달러)의 22.7%에 그치고 있다. 특히 내전 상황이 격화되면서 정권붕괴 위기에 처한 리비아의 경우, 현지에 진출한 업체들은 매출 피해에 대한 우려가 크다. 사태가 장기화되고 현장공사 재개가 늦어질 경우, 공정률에 따라 연동하는 기성금(공사금 청구액)을 제대로 받기 힘들기 때문.
문제는 이집트나 리비아 등 국가 소요사태가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지 여부다. 한 대형건설사 임원은 “현 상황에서는 리비아 사태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가 관건”이라며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될 때까지 수주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800억 달러로 잡아 놓은 건설업계의 올해 해외수주 목표액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중동 사태가 중·장기적으로 업계의 수주기회를 다양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유가 급등세에 따라 화석연료의 대체재인 신재생에너지 및 원자력발전소 등의 플랜트 수주 기회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피해를 입은 현지지역의 기반시설 등을 복구하기 위한 신규발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