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지역 최고의 관심지로”… 러, 中 견제위해 전력 증강
입력 2011-03-02 18:23
러시아가 최근 극동에서의 군사력 강화에 나섰다.
러시아가 미국과의 핵전쟁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군사력을 전개했던 옛 소련의 전략에서 벗어나 극동으로 관심을 돌린 건 중국의 급속한 군사력 증강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슬로 소재 평화연구소의 파벨 바에프 박사는 “여전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강국인 러시아는 중국에 자국의 힘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해 무기 부문에만 780억 달러를 지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방비 전체를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해 미국 국방비 지출 총액 5300억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2011∼2020년 군 현대화 프로그램’ 발표에 맞춰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군 현대화에 653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연평균 650억 달러에 해당하는 액수다. 지난해 러시아의 군사비 지출은 610억 달러였다.
특히 러시아는 극동지역 군사력 강화를 위해 프랑스에서 구입하는 미스트랄급 헬기상륙함과 S-400 대공미사일부대를 극동에 새로 배치하기로 했다. 니콜라이 판코프 러시아 국방부 차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군은 극동에 ‘최고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미국과 체결한 핵군축협정은 서방국가들과 러시아 간 전쟁 가능성을 줄여줘 러시아가 더 많은 군사 자원을 아시아에 배치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일본과의 영토 분쟁 지역인 남쿠릴 열도 군사력 증강배치 방침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바에프 박사는 “러시아가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군사적 입장을 강화할 수 있는 장소로 남쿠릴 열도가 최적”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19세기 중반 원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한 시베리아 동부지역을 중국으로부터 빼앗았다. 러시아는 중국이 이 지역 탈환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과 국경을 둘러싼 여러 차례의 군사적 충돌 결과 우수리강과 아무르강 일대의 땅 174㎢를 2008년 넘겨주기도 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