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日, 영토분쟁 지역 군사력 강화

입력 2011-03-02 18:25


러시아와 일본이 각각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지역에서의 군사적 대응을 구체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일본과 영유권을 다투고 있는 남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에 미사일과 공격용 헬리콥터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일본 언론이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을 인용해 2일 보도했다.

러시아군 참모본부 고위 관계자는 쿠릴열도 연안에 초음속 대함순항미사일인 야혼트를 장착한 이동식 미사일시스템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또 대공미사일과 신형 공격용 헬리콥터도 배치할 계획이다. 공격용 헬리콥터의 경우 일본과 남쿠릴열도의 이투루프(일본명 에토로후)섬에 배치될 예정이다.

일본 역시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중국에 맞서 최근 규슈 남단부터 오키나와현에 걸쳐 있는 난세이(南西)제도의 방위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이 지난해 말 국방계획서인 신방위대강에서 자위대의 주요 위협요인을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바꾸면서 주요 전력을 북부에서 남부로 전환배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那覇) 공군기지는 코앞의 동중국해를 놓고 중국과 대치하고 있다. 일본의 F-15 전투기 조종사들은 “중국이 운용하는 러시아제 Su-27 등 최첨단 전투기 편대가 일본 영공을 수시로 침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기지에 F-15기 12대를 추가 배치하고, 난세이제도에 자위대를 파견하는 등 방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과 핵무장을 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력을 점차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그 첫 단계로 일본 방위에 주요 역할을 해온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하지만 일본의 약해지는 경제력이 군사력 강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분석했다. 일본 국방예산은 지난해 564억 달러로 세계 5, 6위 수준이지만 2001년 이후 5.2%나 줄었다.

아울러 일본은 중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를 대폭 삭감하기로 했다고 교도통신이 2일 보도했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외무상은 이날 중국에 대한 무상자금 지원과 기술협력 등을 대폭 삭감하는 방안을 6월까지 마련하도록 실무진에게 지시했다. 이런 조치는 중국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부상한 데다 센카쿠열도 문제와 관련해 악화된 국내 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대(對)중국 ODA는 차관 등 유상자금 지원의 경우 2007년 중단됐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