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리비아] 튀니지 국경지대 7만5000명 몰려 ‘거대한 난민촌’

입력 2011-03-03 00:37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2일(현재시간) 국영 TV에 나와 건재를 과시했다. 비록 넘겨줄 권력이 없다며 궤변을 늘어놓기는 했지만 “마지막 남녀까지 싸울 것”이라며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전임자가 반정부 세력에 합류해 공석이 된 내무·법무장관에 새 인사를 임명했다.

“전략적 요충지 뺏어라”=카다피 군은 이날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원유 수출항이 위치한 중부 브레가와 무기고가 있는 동부 아즈다비야가 주요 공격 대상이었다. ‘원유시설 재탈환’ ‘무기고 무력화’가 카다피의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브레가에선 누가 우세인지 외신 보도가 엇갈릴 정도로 혼전이 일어났다.



반정부 세력은 탱크와 대공포로 무장하고 저항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상자는 늘고 있다. 카다피는 일종의 ‘완충지대’ 조성을 위해 수도 인근 도시 탈환도 시도했다.



반정부 세력은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을 대표로 뽑았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반정부 세력 내부에선 외국군에 트리폴리 공습을 요청하는 일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벵가지에선 시민들에게 무기가 지급되고 군사훈련이 실시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미국은 “현재로선 반정부 세력에 무기 제공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리비아 국경은 난민촌=리비아와 튀니지 국경에는 최근 9일간 난민 7만5000명이 몰렸지만 이들을 지원할 천막과 식량, 물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난민기구(UNHCR) 관계자는 “수천명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말했다고 미 CNN방송이 전했다.



튀니지는 난민이 몰리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인 입국을 불허하고 있다. 일부 난민은 국경 벽을 타고 넘어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국제사회 압박 가속=독일·오스트리아·네덜란드 정부는 카다피 가족과 측근의 은행 계좌를 잇따라 동결했다. 캐나다 정부는 교민 철수를 위해 리비아 해역에 보낸 소형 구축함 2척이 해상봉쇄 등 임무를 맡을 가능성을 열어뒀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988년 270명을 숨지게 한 팬암기 폭파 사건과 관련해 카다피 기소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리비아의 국가신용 등급을 ‘정크’(투자 부적격)로 강등했다.



카다피의 둘째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필요하다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지적에 대해 “웃기는 일이다. 우리는 그의 말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