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본격 실시 첫날 전국 학교… 高물가 속 3찬에 우유·딸기, 대체로 만족

입력 2011-03-02 21:26


“가정형편이 어려워 급식비를 못 낸 학생들은 왠지 주눅이 들어 보였는데 오늘은 다들 표정이 밝아 다행입니다.”

무상급식이 처음 도입된 2일 급식 도우미로 나선 충북 청주시 운동동 운동초등학교 학부모 이모(43·여)씨는 학생들에게 나눠줄 국을 푸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운동초가 마련한 식단은 무농약 기장밥에 굴매생이국, 부추겉절이와 오리채소구이, 배추김치 등 3가지 반찬이다. 여기에 우유와 딸기가 곁들여 나왔다. 최근 구제역과 한파 등으로 물가가 올라 급식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던 학부모와 학생들은 대체로 식단에 만족해했다.

학부모들은 자녀 양육비 부담이 줄었다는 점을 가장 반겼다. 서울 인왕초등학교 2·3학년 연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42·여)씨는 “각종 물가가 올라 생활이 빠듯해졌는데 매달 급식비 9만4000원을 아낄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하지만 무상급식은 지역별 편차가 커 혜택을 받지 못한 학생과 부모들의 불만이 예상된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이번 학기부터 무상급식을 하는 학교는 전국 초·중·고 1만1329곳 중 50.4%인 5711곳이다.

의무교육대상인 초·중학교에 대해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지역은 충북 한 곳에 불과하다. 다른 지역은 전체 학년이 아닌 일부 학년을 대상으로 한 무상급식에 들어갔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예산 지원을 반대해 초등학교 1∼4학년에 대한 무상급식이 실시됐다. 그나마 자치구에서 예산 편성을 하지 않은 강남·서초·송파·중랑 등 4개 구는 1∼3학년만 시행한다.

경기도에서는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성남시와 과천시 등 23곳은 전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하고 수원시 등 8곳은 3∼6학년에게만 혜택을 주고 있다.

경남 18개 시·군 가운데 10개 군에서 초·중·고교생 5만7234명이 전원 무상급식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8개 시는 읍·면 거주 학생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계층 출신 학생 등 일부에게만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무상급식에서 배제된 것에 불만을 터뜨리는 학생들도 있다. 서울 송파 문덕초 6학년 신모(13)군은 “이번 학기에 경기도에서 전학 왔는데 여기서는 밥 먹을 때 돈을 내야 한다니까 부모님이 싫어하셨다”고 아쉬워했다.

무상급식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덜 쓰는 친환경 농산물 재배를 활성화시켜 값싼 중국산이 판치고 있는 급식시장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는 각급 학교가 급식용 식자재를 일반 농산물 대신 친환경농산물을 구입하거나 경기도인증 ‘G마크’ 축산물을 구입하는데 필요한 추가비용 4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강주화 천지우 기자, 청주·의정부=이종구 김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