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감독이 꼽는 1위 주역은… 수비 잘하는 ‘야무진 살림꾼’

입력 2011-03-02 21:57

배구 팬들은 상대 공격을 걷어올리는 디그보다 결정타를 먹이는 강스파이크에 더 환호한다. 하지만 감독은 다르다. 뒤에서 궂은 일을 하는 선수가 없으면 좋은 공격도 나오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래서 평소 훈련 때면 표나지 않는 수비 조직력에 더 많은 공을 들인다. ‘공격은 팬들을 즐겁게 하지만 수비는 감독을 즐겁게 한다’는 스포츠 격언이 오랫동안 회자되는 이유다.

지난 달 28일 현대건설의 프로배구 여자부 정규리그 2연패가 확정되자 황현주 감독은 우승의 숨은 주역으로 리시브 1위인 레프트 윤혜숙과 리베로 신예지를 꼽았다. 뒤에서 몸을 던진 이들의 리시브와 디그가 없었다면 케니와 황연주 쌍포의 공격만으로는 우승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들은 2일 현재 각각 36.90%(윤혜숙)와 30.70%(신예지)의 리시브 점유율을 기록, 팀내 리시브의 67.60%를 합작했다. 45% 전후의 수준급 정확도로 세터 1m내로 가깝게 붙여줘 팀 공격에 불을 지폈다. 이들은 또 세트당 3.18개(윤혜숙)과 3.56개(신예지)의 디그를 기록, 반격의 실마리를 찾도록 도왔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천적은 있었다. 윤혜숙은 몬타뇨(인삼공사)의 서브 12개 가운데 4개의 서브에이스를 허용했다. 신예지는 이보람(도로공사)에게 6개의 서브에이스를 헌납했다. 신예지는 그러나 여자부 공격1위 몬타뇨의 강타 19개 가운데 11개의 디그를 기록, 황연주 감독을 기쁘게 했다.

남자부 우승이 확정적인 대한항공도 레프트 곽승석과 리베로 최부식이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다. 신인 곽승석은 리시브 점유율 36.20%에 성공률 60.48%를 기록, 선두 비행에 숨은 일군으로 활약했다. 디그는 세트당 1.41개에 불과하지만 팀내 공격점유율 9.4%를 차지하며 보조공격수로서 한몫을 했다. 최부식은 시즌 중 치아가 부러지는 상처를 입고도 리시브 점유율 29.6%에 성공률이 무려 71.67%에 달해 절정의 기량을 보였다. 디그도 세트당 3.51개로 1위에 오르며 수비상을 굳혀가고 있다. 한편 4강 티켓을 둘러싸고 2일 구미에서 열린 LIG손해보험-KEPCO45의 경기서는 페피치(20점)의 트리플크라운(후위공격 4개, 서브 3개, 블로킹 3개)을 앞세운 LIG손보가 3대 0(25-20 25-13 25-21)으로 승리했다. 13승13패를 기록한 4위 LIG손보는 5위 KEPCO45를 3게임차로 따돌리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거의 확정지었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