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탁석산의 스포츠 이야기] 이승엽 부활할까

입력 2011-03-02 17:36


연일 이승엽과 박찬호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승엽이 전 소속팀 요미우리의 하라 감독에게 억지로 인사했다는 기사까지 나오고 있다. 아무리 감정이 있다 해도 몇 년을 함께한 감독인데 인사하는 것은 예의 아닌가. 이승엽이 예의 없다는 기사를 한 번도 접한 적이 없어 이런 기사는 신뢰가 별로 가지 않는다. 이승엽이 요미우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 보란 듯이 복수할 것이라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묻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승엽이 직접 복수하기란 쉽지 않다. 같은 리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터리그에서 몇 번 대결할 뿐이다. 물론 두 팀이 모두 일본 시리즈에 진출한다면 극적인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겨울에 나오는 야구 기사를 거의 읽지 않는 편이다. 모두가 예상 아니면 홍보성 기사이기 때문이다. 시즌 전에 전문가가 하는 예상이 맞은 적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흥행을 위해 사소한 것까지 크게 다루는 경향이 있기에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데 두 가지 기사 모두 일방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이승엽의 예상 평을 보아도 주로 소속팀 스태프의 이야기이다. 어느 팀 감독이 자신의 선수에 대해 비관적인 예상을 공개적으로 하겠는가. 한국 야구 전문가의 예상도 마찬가지다. 이번 시즌에는 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의 재기 가능성이 낮다고 말할 수 있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한 신문은 일본 기자들의 예상을 실었다. 기사에 의하면 이승엽은 20∼40개의 홈런을 칠 것이라고 한다. 즉 부활에 이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부활에 부정적인 기자나 전문가가 없을까?

이번 시즌 일본 프로야구 최대 화제 선수는 닛폰햄에 입단한 사이토 유키인 것 같다. 고시엔 대회에서 우승한 후 와세다 대학에 진학한 투수인데 그 인기가 대단하다. 거의 모든 언론이 사이토에게 기대와 희망을 쏟아낼 때 라쿠텐 구단의 명예감독인 독설가 노무라는 그의 기량은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얼마 뒤 자신이 포수를 한다면 10승도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이 역시 찬사는 아니다. ‘노무라 자신 같은 명포수가 볼을 받아준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이런 독설이 필요한 이유는 뚜렷한 반대 의견이 있을 때 프로야구 전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찬반이 팽팽하게 맞설수록 흥미를 갖는 것이 사람들의 심리 아닌가.



과연 이승엽이 부활할 것인가에 대해 찬반으로 갈려 치열하게 논쟁한다면 야구에 대한 관심과 팬들의 수준도 높아질 것이다. 이런 것이 진정한 홍보다. 일방적인 홍보는 주목을 끌지 못한다. 찬반이 부딪혀야 불꽃이 튄다. 독설가의 도래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