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 펼쳐온 김종맹 목사, 62세 ‘목사 바리스타’ 카페 속 목회에 도전하다
입력 2011-03-02 17:57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오랜 기간 인권운동을 해온 ‘목재(牧齋)’ 김종맹(62·의정부 은평교회) 목사가 요즘 새로운 목회를 실험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포천 광릉수목원 근처에 아들 김목원(31) 전도사와 함께 아늑한 산장 같은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카페, ‘빈 어스(bean us)’를 열었다. 비기독인들에게 높게만 느껴지는 교회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다.
기독인, 비기독인 관계없이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에서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기독교 문화와 정신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김 목사는 발품을 팔아가며 커피는 어떻게 만드는지, 어떤 재료가 필요하고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를 꼼꼼히 살폈다. 찬양, 연극 등 문화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도 만들었다.
카페 특유의 아늑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덕분인지 벌써부터 사진 촬영 문의 전화가 줄을 잇는다고 한다. 입소문을 타고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에 소개되면서 명소가 된 것.
성도들에겐 다양한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며 신앙과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로 유명해졌다. 지나던 행락객들도 지친 몸을 이끌고 왔다가 재충전하는 쉼터가 됐다.
“친구 목회자들이 와 보고 놀라요. 어떻게 이렇게 예쁜 카페를 지었느냐고요. 친구들은 제가 직접 서빙하는 것을 보고 또 한번 놀라죠. 목회 은퇴를 몇 년 앞둔 저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직접 가공한 커피가 부드럽고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이 카페 곳곳에서 인권운동가 외에 30년간 서예인으로 살아온 김 목사의 문화 선교 정신을 느낄 수 있다. 김 목사는 카페 당호를 ‘신선제(信宣齊)’라고 지었다. 믿을 신, 베풀 선, 집제. ‘믿음으로 베풀고 선교하는 집’이라는 뜻이다. 글자 그대로 카페에서 나오는 수익금 모두 선교와 어린이 인재 양성, 불우이웃 돕기에 쓰인다.
김 목사는 앞으로 유명 강사나 목회자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다양한 문화 선교 활동을 해나갈 예정이다. 또 카페 옆 부지에 예배당을 세우고 5년 과정의 어린이 독서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부모와 어린이들이 함께하는 인성 교육시설을 마련할 뿐 아니라 문화 선교 운동가들을 위한 무대도 무료로 제공할 방침이다(blog.naver.com/mokguyber·070-4184-0409).
“예배당 안에서 펼쳐지는 선교 활동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처음 복음을 접한 초신자들에게는 지나치게 엄숙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교회 밖 열린 공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빈 어스는 누구나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곳이 되고 싶습니다.” 김 목사는 비기독인들과 대화하고 전도하는 문화 선교사로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포천=글·사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