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04’ 등 한국은행 경제예측모델 만든 주역 박양수 차장, “경제 전망, 모형+직관 작용하는 종합예술”

입력 2011-03-01 19:35


“경제 전망은 모형과 전문가의 직관이 상호작용하는 종합예술입니다. 종합예술의 화음이 어긋나면 당국의 정책 대응이 부적절해집니다.”

BOK04 등 한국은행의 경제예측모델을 만든 주역으로 꼽히는 한은 박양수(45) 차장은 경제 예측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15년간 한은 조사국에서 거시경제를 담당한 박 차장이 최근 경제 전망의 모든 것을 쉽게 풀어 쓴 ‘경제 전망의 실제’(한티미디어)를 출간했다.

박 차장은 “미래 경제상황에 대한 전망은 모든 경제주체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잘못된 경제 전망은 의사결정 실패와 부적절한 정책 대응을 가져와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경제 전망의 실패가 부른 혼란을 그는 3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목격했다. 당시 미국 뉴욕사무소에서 근무했던 박 차장은 “경제주체들의 심리변화를 간과한 데다 경제모형에서 금융부문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지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위기를 예견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경제 전망에 대한 논란은 국내에서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부가 올해 제시한 ‘5% 경제성장, 3% 물가’ 전망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아직도 나오고 있다. 또 그가 몸담고 있는 한은도 타 기관에 비해 지난해 경제 전망 오차가 커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박 차장은 “경제모형에는 시스템과 직관 등이 엮어 있기 때문에 예측 오차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 거시모형반장을 맡은 2005∼2007년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거의 정확히 맞혀 ‘족집게’ 전망 전문가로 불린 그로서는 아쉬움이 적지 않아 보였다. 그는 “중국과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다 다른데 그 부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 같다”며 “지난해 말 새로운 글로벌 경제모형을 선보였기 때문에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일고 있는 정부 전망에 대해 박 차장은 “GDP갭(실질성장률-잠재성장률)이 마이너스냐 플러스냐에 따라 전망의 정확성이 판가름 날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마이너스 갭이면 성장률이 올라가도 물가가 많이 올라가지 않아 정부 전망에 근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은은 올해 GDP갭이 플러스로 전환될 것이라고 대외적으로 언급했다. 한은 예상대로라면 정부 목표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