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공기업들도 “현장에 答 있다”… 한국전력·LH 경영 틀 바꾸기 가속 페달
입력 2011-03-01 21:28
‘철밥통’ 공기업에도 현장경영 바람이 거세다. 우리나라 양대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전력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현장시찰이나 현장순시 등 이벤트 성격을 벗어나 최고 경영진과 직원들 간 인간적 교류와 함께 조직·인사까지 현장 중심으로 재배치하는 등 틀이 바뀌고 있다.
1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김쌍수 사장은 최근 현장직원 간담회를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경북 안동을 방문했다. 직원들과 저녁을 함께하고 이튿날엔 트레킹 간담회로 이어지는 일정이었다. 그런데 첫날 만찬이 시작될 즈음 충남 태안에 정전사고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김 사장은 곧장 숟가락을 놓고 차로 4시간을 달려 사고 현장을 둘러본 뒤 이튿날 새벽 4시가 넘어 다시 안동에 도착했다.
이튿날 귀가 준비를 하던 안동 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김 사장의 일정상 트레킹 간담회는 당연히 취소될 거라고 여겼던 것. 하지만 김 사장은 간담회를 강행했다. 2시간도 못 잔 채 비몽사몽 들길을 걷는 그에게 한 직원이 말을 건넸다. “한전에서 20년 넘게 일하면서 사장님과 직접 대화를 나눈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감사합니다.” 김 사장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의 지역 사업장 방문이 정기 방문에서 ‘수시’로 바뀌게 된 사연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이지송 사장은 올 초 직원들을 대폭 현장으로 내려보냈다. 전체 직원의 57%인 3750명을 전국 각지 사업단에 배치하고 152개의 내근부서도 94개로 줄였다. 이 사장은 “현장 사업단에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공룡’ 공기업들이 현장경영에 팔을 걷어붙인 건 “현장에 답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125조가 넘는 부채를 떠안고 있는 LH의 경우 전국 138곳이나 되는 신규 사업장의 사업 조정이 급선무다. LH 관계자는 “예전처럼 사업만 벌여놓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관행을 없애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며 “현장별로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해 부채 규모를 최소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체 직원이 2만명에 달하는 한전은 현장 직원들의 고객 서비스와 업무 효율성 제고 필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이다. 한전 경영선진화실 관계자는 “경영진이 되도록 자주 현장직원과 만나 생각을 나눌 때 문제점이 보이고 필요한 조치를 즉각 피드백할 수 있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한두 시간 들렀다 떠나기보다 단 하루라도 직원들과 머물며 응축된 경험을 나누고 공유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