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장관·한은 수장 동시에 직원 훈계용 이메일
입력 2011-03-02 00:34
윤증현 “기본 충실하라”
김중수 ‘철밥통’까지 거론
한은, 과장급 이상 104명 승진 인사
경제정책과 물가정책 수장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직원들에게 훈계용 이메일을 잇따라 보내 그 배경에 관심을 쏠리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기본에 충실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최근 작은 실수를 방치해 큰 문제가 되는 사례를 보면서 재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실수를 눈감고 넘어가는 분위기는 없는지 반성한다”고 했다. 이어 “보고서 한 장을 만들어도 신중함과 꼼꼼함을 발휘해야 한다”며 “디테일에 강하고 집요한 실행력을 가진 조직이 되자”고 다짐했다.
이 같은 지적은 최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한글본 협정문의 오류와 관련해 경제정책 총괄부서인 재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을 자성하면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지적은 더욱 직설적이고 매서웠다. 특히 ‘철밥통’이란 단어까지 거론하며 직원 및 노조의 의식개혁을 촉구했다.
김 총재도 이날 조직개편을 단행한 직후 보낸 이메일에서 “‘신의 직장’ ‘철밥통’ 같은 수식어에서 벗어나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조직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자고 하면 이질감을 느끼느냐”고 직원들을 다그쳤다. 또 “수요자(국민) 입장을 고려하기보다 생산자 입장에서만 활동하는 측면이 사회로부터 우리를 유리시킨 것”이라며 “상급 직원이 많은 조직에서 시대상황에 맞도록 내부 여론을 이끌어가는 연륜이 느껴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언급, 한은의 조직문화를 개탄하기도 했다.
직원들의 의사소통 방식도 문제 삼았다. 한은의 수동적인 조직 문화와 본인보다 조직을 탓하는 풍토를 지적한 김 총재는 “무기명 소통 공간에서 ‘악플’이 풍미하고 있는 현상이 한은도 예외가 아닌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과장급 이상 직원 104명을 승진 발령하는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박성준 제주지역본부장(48)은 2003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40대 본부장(1급)으로 발탁됐으며 지방대학 출신과 여성 인력도 각각 13명 승진돼 인력 운용이 다양화됐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고세욱 조민영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