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한상률 입 열 카드는… 개인비리 신병확보 뒤 압박 추궁?
입력 2011-03-01 21:48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최윤수)는 그림로비 의혹 등을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14시간 넘게 조사한 뒤 1일 새벽 돌려보냈다. 한 전 청장은 검찰조사가 새벽 4시40분까지 이어진 이유에 대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성실하고 충실하게 답변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한상률 ‘부인’, 검찰 카드는=한 전 청장은 검찰조사에서 제기된 의혹을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검찰은 한 전 청장을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도 “진술 내용을 봐가며 한두 차례 더 부르고 관련 참고인도 소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가석방된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부인 이모씨, 구속수감 중인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 등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학동마을 그림은 검찰이 압수해 보관 중이다.
그러나 실제로 한 전 청장의 입을 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검찰이 그림로비 등과는 별개로 내사 등을 통해 축적해놓은 개인비리를 매개로 한 전 청장을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한 전 청장이 2004년 S해운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았다거나 시내 유명 호텔의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5만 달러를 받았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국세청 차장 시절 주류업체인 D사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現 정권 의혹 덮나 캐나… 에리카 김 소환으로 끝내기 모드?
◇현 정권 의혹 한꺼번에 정리하나=검찰은 한 전 청장 관련 의혹에 대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등은 이런 의혹을 현 정권과 연관지어 공세를 펼치지만 사실 뚜렷하게 잡히는 게 없어 고민이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를 미리 예측하긴 어렵다.
그러나 검찰로서는 한 전 청장의 자진 귀국으로 2년 넘도록 수그러들지 않았던 의혹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에리카 김씨가 한 전 청장과 비슷한 시기에 입국한 것 역시 BBK 의혹을 완전히 털고 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씨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투자자문회사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라고 주장했던 김경준씨의 누나다.
김씨는 지난 26∼27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이 동생과 함께 미국에서 했던 관련 주장은 거짓말이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를 추가 소환하고,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검찰과 특검은 지난 대선 전 의혹이 불거지자 수사에 착수, 이 후보와 BBK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결론냈다. 하지만 야당 등에선 여전히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제훈 노석조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