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해외 영토 넓힌다] 값싸고 잘빠진 현대차는 브라질 젊은이들의 ‘로망’
입력 2011-03-01 21:55
(8) ‘삼바 시장’ 공략하는 현대자동차
모니카(36·여)씨가 현대차 투싼 ix35를 사기로 결정한 이유는 디자인이 좋고 예쁜 것 때문이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중심인 모룸비가(街)의 현대차 카오아(CAOA) 베히니 대리점. 모니카씨는 1주일 전 처음 베히니 대리점에 들렀다가 현대차의 ‘외모’에 홀딱 반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ix35를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전망 밝은 중남미 시장=차를 인수하러 이날 대리점에 다시 온 그는 “현대차가 브라질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른다”면서 “앞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현대차를 사라고 적극 권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도 적당하고, 특히 디자인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심플하면서도 예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브라질 사람들에게 브랜드 가치가 폭넓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입소문으로 알려지면 더 많이 팔리게 될 것 같다”고 나름대로 평가와 전망까지 내놓았다.
브라질에서 최근 현대차의 약진은 i30(준중형 해치백, 1600㏄)의 인기에 힘입은 바 크다. i30은 지난해 3만6510대가 팔렸다. 전년 대비 125% 늘어난 판매량이다. 심플한 디자인과 색상이 자유분방한 브라질 젊은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모니카씨가 구입한 투싼 ix 시리즈도 중산층에 어필하면서 2만대 이상 판매됐다. 두 차종의 인기로 현대차는 브라질에서 지난해 대비 19% 증가한 8만대를 팔았다.
그래서 요즘 상파울루 시내 도로에서는 현대차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동안은 유럽과 미국, 그리고 오래 전에 진출한 일본차 외에는 볼 수가 없었다.
현대차는 지난달 25일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시에서 ‘현대차 브라질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총 6억 달러가 투자되는 이 공장이 완공되면 내년 11월부터 연간 15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현대차가 중남미에서 처음으로 브라질에 완성차 공장을 짓는 이유는 소형차 시장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소형차 판매량이 자동차 시장의 54% 안팎을 차지한다.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피아트 22.8%, 폭스바겐 21.2%로 유럽차가 1,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쉐보레(19.7%)와 포드(10.2%)이며, 현대차는 2.4%로 10위에 머물렀다. 현대차는 올해 신형 쏘나타 등을 포함해 모두 9만26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양산체제 이후에는 시장점유율 4위까지 올라가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양승석 현대차 사장은 “브라질에서 2014년 월드컵, 2016년 올림픽이 개최되는 것을 계기로 자동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차가 그 이전에 양산 단계에 들어가는 것도 이런 국가적 행사와 관련이 있다.
올해 브라질 자동차 시장 수요는 전년 대비 5% 늘어난 341만대로 전망된다. 전 세계에서 중국에 이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에선 지난해 325만대가 판매돼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 판매량을 기록했다. 독일(307만대)을 제친 것이다. 브라질 자동차공업협회는 브라질이 2015년에 500만대를 기록하며 일본을 넘어서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으로 분석했다.
팽창하는 브라질 시장을 겨냥,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 2014년까지 피아트는 58억 달러를, 폭스바겐은 35억 달러를 각각 투자해 현지공장 생산 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점유율에서 현대보다 조금 앞서는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업체들도 공장 신설이나 증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바야흐로 자동차 판매의 중남미 대회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브릭스(BRICs) 시장 공략 목표=현대차의 브라질 공장 신설은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거대 브릭스 시장에 현지생산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브라질 공장이 완공되면 브릭스 시장에서만 모두 195만대(중국 100만대, 인도 60만대, 러시아 20만대, 브라질 15만대)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국내 공장(186만대)을 포함해 나머지 국가(미국 30만대, 체코 30만대, 터키 10만대)를 합한 총 글로벌 생산능력 451만대의 40% 이상이 브릭스 시장에서 생산되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위권 내 국가별 자동차 판매대수를 살펴보면 브릭스 시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중국이 1686만대로 1위이며 브라질 325만대(4위), 인도 280만대(6위), 러시아 190만대(10위)다. 10개국의 총 판매량(5129만대)에서 브릭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48%(2481만대)가 넘는다. 미국과 서유럽 등 자동차 선진국의 내수시장은 위축되고 있으나 브릭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브릭스 4개국 자동차 시장의 특징은 높은 성장성과 함께 관세 인상 등 자국산 자동차에 대한 우대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지 생산으로 판매량 제고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현대차는 지금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서서히 벗고 있다. 품질 경영을 앞세운 현대차가 거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남미와 브릭스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느냐가 향후 시장 개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상파울루=김명호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