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정책 바뀌나… 극단 대치 부담 압박서 ‘포용’으로
입력 2011-03-02 01:24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정부가 북한 끌어안기에 나서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대화 의지를 재천명했고,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미묘한 입장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일 기념사에서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성 발언에 대한 경고 대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금년이 남북관계에 중요한 해인데 정부는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을 경우 남북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상황이 충분히 감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4~26일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방미 이후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정부가 설정한 가이드라인도 전에 비해 조금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먼저 비핵화의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야 하지만, 꼭 그것을 우리 정부에만 보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비핵화를 논의하는 남북대화가 필수적인 단계라고 강조하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듯한 모양새다. 북핵 문제 해법을 위해 대화와 압박이라는 두 카드를 모두 사용하겠지만 압박만으로는 현재의 경색된 남북관계에서 북핵 문제 해법 도출이 어렵다는 정부 인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 등 북핵 관련국과의 관계에서 볼 때도 정부가 마냥 북한 탓만 하며 현재와 같은 경색구도를 유지하기에는 부담이 가는 상황이다. 존 케리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 1일(현지시간) 북한 도발 방지 청문회에서 적절한 시점에 미국과 북한 사이에 양자회담을 개최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정부가 우려하는 북·미 직접대화 시나리오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역시 북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빠른 6자회담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남북 군사실무회담 내용을 언론에 누설한 관련자 색출을 위한 군 당국의 보안조사나 군이 최근 전단과 생필품을 북한에 살포한 것에 대해 정부 일각에서 우려가 일고 있는 것도 북한 달래기를 위한 일종의 제스처로 볼 수 있다. 실제 지난달 군사실무회담이 결렬된 것에 대해 정부 내부에서는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아쉬움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 정부의 이런 움직임과 관련 없이 도발 위협을 되풀이했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내놓은 대변인 담화에서 “키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은 미국의 북침전쟁 연습이며 핵전쟁 연습이고 기어코 이 연습을 강행하는 자체가 명명백백한 도발”이라며 “정당방위를 위한 우리 군대의 물리적 대응이 불가피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