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취급 입 조심하라”… 뒤늦게 단속 나선 軍

입력 2011-03-01 22:06

국방부가 뒤늦게 보안 단속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28일 간부들에게 보안엄수를 강조하는 지침을 내렸다.

25일에는 군사기밀보호 의무주체를 기존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자’에서 ‘공무원과 예비역, 업무상 비밀취급 인가를 받은 민간인을 포함한 업무상 기밀 열람자, 기밀자료를 제공받거나 설명을 들은 자’로 확대하는 내용의 군사기밀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남북 군사실무회담 관련자들을 상대로 고강도 보안조사를 실시했다.

국방부가 이처럼 입단속에 나선 것은 최근 외부에 노출돼서는 곤란한 내용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8, 9일 열린 남북 군사실무회담 당시 남북대표단이 주고받은 내용과 회담 분위기가 고스란히 보도됐다. 첫날 회담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북한이 상당히 저자세로 나오고 있다는 회담장의 분위기가 전해졌고 회담이 끝난 뒤 북한이 “밤을 새워서라도 논의를 마무리 짓자고 했다”는 등의 내용이 보도됐다.

그러자 첫날 긍정적이었던 회담 분위기는 다음 날 싸늘해졌고 북측의 강한 반발로 결국 결렬됐다. 회담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이 새나가 회담을 어렵게 만든 셈이다. 남북회담에 정통한 정부인사는 “상대방이 저자세로 나오더라도 이를 노출시키는 것은 유치한 행태”라며 “설익은 자만심이 회담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은밀하게 이뤄져야 하는 대북 심리전 내용이 공개된 것도 군의 허술한 보안의식 때문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방부가 비공개로 보고한 내용을 국회의원이 언론에 알려 공개되긴 했지만, 종종 의원들을 통해 기밀사항이 노출돼 온 점을 감안한다면 군이 의원에게 보고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마땅히 공개해야 할 것도 있지만 끝까지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기밀이 있는데 ‘옥석을 가리지 못하고 있다’는 따가운 비난도 나오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