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들 “가격통제 위주 정부 물가정책 부적절”
입력 2011-03-01 22:09
리비아 사태 등으로 물가 앙등이 우려되는 가운데 상당수 거시경제전문가들이 가격통제 위주의 정부 물가정책을 부적절하다고 진단했다. 또 올해 물가 상승률 수준이 3.5∼4.0% 정도로 고공행진을 벌일 것으로 내다봐 3%를 고수하는 정부와 시각차가 확연했다. 향후 경제정책도 물가안정을 기반으로 가계부채 등을 연착륙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압도적이었다. 최근의 전세대란은 저금리와 전세대기 수요, 공급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전문가들, “정부 물가정책은 부적절”…금리정책은 찬반 팽팽=본보가 최근 거시경제전문가 10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정부의 물가정책에 대한 비판이 가장 많았다. 특히 가격통제 위주의 대응에 대해 8명의 전문가들이 부작용을 우려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정부가 선제적 금리인상을 통한 과잉유동성 해소에 실기한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 압력을 완화시키기 위한 적절한 환율정책 등에서 미흡했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정부는 물가정책을 미시적 수단에만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물가상승 요인을 단기적으로 은폐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으며,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정부 정책은 부작용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큰 틀에서 정부의 물가정책은 적절하다고 봤지만 가격조사 위주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금융연구실장, 고유선 대우증권 경제금융팀장,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은 “정부의 가격위주 물가대책 효과가 단기간에 그칠 것이며 통화정책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통제하는 품목들의 물가상승 영향력이 어차피 낮기 때문에 추가로 가격을 떨어뜨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과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상승이 공급측면에서 기인한 데다 인플레이션 억제 신호를 준다는 차원에서 현재의 정부 물가정책은 적절하다”고 긍정적 입장을 취했다.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에 대해서는 적절과 부적절 응답이 엇비슷했다. 유 본부장, 권 실장, 신 실장 등 재계 산하 경제연구소 담당자들과 고 팀장, 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점진적인 금리인상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 중 고 팀장은 “다소 늦은 감이 있었다”, 권 실장은 “세부적으로 보면 금리 결정이 시장 예상과 반대되는 점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권 이코노미스트, 이명활 실장, 이상재 부장, 김 교수, 성 교수는 “저금리 기조를 너무 오래 유지했다” “금리정책의 선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물가 3.5%∼4.0%가 대세, 정부와 시각차=정부정책에 대한 비판만큼 전망에서 가장 큰 괴리감을 보이는 부분도 물가였다. 올해 물가 상승률에 대해서는 10명 중 9명이 3% 중반∼4%를 내다봤다.
권 실장, 신 실장, 유 본부장, 이명활 실장이 3% 중반을 예상했다. 반면 이 부장, 김 교수, 권 이코노미스트, 성 교수 등 4명은 4% 안팎의 고물가를 전망했다. 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3.7%로 예측했다. 불안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산유국 정세에다 저금리 유동성에 따른 유가 상승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 고 팀장만 3% 초반대를 예상했지만 그나마 “정부가 원화가치 상승을 용인할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전세대란은 복합요인으로 발생=최근의 전세대란은 저금리, 전세 대기수요, 수요-공급 미스매치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응답이 4건으로 가장 많았다.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과잉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3건으로 뒤를 이었다. 복합적인 원인 때문이라는 지적 속에 저금리 부분이 수요 공급보다 영향이 크다고 본 것이다. 신 실장은 소비자가 주택을 더 이상 투자가 아닌 거주의 의미로 바라보는 등 심리 전환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부가 공급 부족과 전세 수요 부분에만 초점을 두고 추진하는 대책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주는 조사결과다.
이 밖에 올해 경제정책 기조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물가 및 재정 안정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당부했고, 소수 답변은 일자리 창출, 기업 투자 의욕 고취 등을 꼽았다. 속도 차이가 있을 뿐 전원이 올해 미국경기의 회복세를 예측했다.
고세욱 김찬희 조민영 김아진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