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어디까지 왔나… 中 “실익 크다” 더 적극적, 농산물 개방 폭이 관건
입력 2011-03-01 18:08
메가톤급 태풍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차츰 무르익고 있다. 한·중 FTA에는 중국이 더 적극적이다. 경제적 이익 외에도 국제정치에서 상당한 실익이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관측된다. 우리 측도 대내외 환경이 바뀌면서 협상에 속도를 붙일 생각이다.
다만 농산물 개방 폭이 최대 걸림돌이다. 우리 정부는 중국이 최근 맺은 FTA에서 식량안보 품목은 개방하지 않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중 협상, 어디까지 왔나=2004년 9월 민간 공동연구를 시작으로 닻을 올렸던 한·중 FTA 논의는 지난해 5월 양국 통상장관이 공동연구 보고서를 채택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양국 정부는 본격 협상 개시에 앞서 지난해 9월 베이징에서 민감 분야 처리방안을 논의하는 사전협의를 가졌다. 양국은 지난해 11월이나 12월에 서울에서 2차 협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연평도 사태로 숨을 고르는 중이다.
양국 정부는 FTA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인접 국가끼리 FTA를 맺지 않은 지역은 동북아시아뿐이기 때문이다. 조만간 2차 사전협의 일정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중국은 사전협의에서 논의내용을 최소화하고 빨리 정식 협상에 착수하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목이 탄다. 당장 중국과 대만이 맺은 경제협력 기본협정(ECFA)가 ‘눈엣가시’다. 중·대만 ECFA는 지난 1월 1일부터 발효했다. 중국과 대만이 시장을 개방한 품목 가운데 우리 수출상품과 겹치는 품목은 494개에 이른다. 우리 수출상품이 관세 인하효과를 업은 대만 제품에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중국이 산업 고도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우리가 FTA 체결로 얻을 실익이 줄고 있다는 분석도 걱정거리다. 국제금융센터가 최근 작성한 ‘한·중 FTA의 환경 변화 요인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가공무역 비중이 산업 고도화 정책을 본격 추진한 2006년부터 감소세다. 중국의 수출 가운데 가공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54.7%에서 지난해 46.9%로 뚝 떨어졌다.
여기에다 중국 정부의 내수 확대 정책에 따라 폭발적으로 커지는 내수시장은 엄청난 매력이다. 중국 소비시장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3.4%에서 2009년 5.3%로 성장했다. 모건스탠리는 2020년에는 12.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달라진 중국=중국은 2002년 아세안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0개 국가·지역과 FTA를 체결했다. 현재는 걸프협력회의(GCC),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남아프리카관세동맹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 중국의 FTA 전략은 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변국과 FTA 등을 맺으면서 지역화 전략을 차기성장 핵심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기존에는 상품시장만 열었지만 최근에는 금융서비스시장까지 개방 폭을 확대했다. 특히 중국은 식량안보 품목, 국제경쟁력이 약한 품목을 개방하지 않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2008년 농산물 수출국인 뉴질랜드와 FTA를 맺으면서 전체 농산물 994개 중 옥수수 쌀 등 50개 품목을 양허 대상에서 뺐다.
어명근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미국, 유럽연합(EU)이라는 거대경제권과 통합된 우리 시장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 입장이라 우리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며 “중국이 뉴질랜드에 경쟁력이 낮은 품목을 일방적으로 개방하지 않은 사례를 보듯 우리도 주요 민감 농산물은 양허 대상에서 빼야 한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