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리비아] 항구 폐쇄로 식량 수입 끊겨 식료품값 폭등 사태

입력 2011-03-01 18:06

사실상 내전상태에 빠져든 리비아에서 주요 도시의 기능이 마비돼 주민들이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

리비아는 식량을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최근 항구가 잇따라 폐쇄되면서 식량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식료품 가격이 폭등해 일반 주민은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게다가 시위에 따른 유혈사태 때문에 외국 근로자들이 철수하는 등 공장 대부분이 문을 닫아 의약품 등 필수품의 생산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수도 트리폴리에서는 밀가루, 채소, 연료 등의 가격이 반정부 시위 이후 열흘 만에 최소 20% 치솟았다. 빵집에는 빵을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지만 1명당 5∼20개만 살 수 있게 제한돼 있다.

이는 트리폴리 가구당 하루 평균 빵 소비량인 40개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것이다. 쌀의 경우엔 5㎏ 한 포대에 40달러(약 5만원)까지 치솟아 소요 사태 이전보다 무려 500%나 높아졌다고 한 시민이 AP통신에 전했다.

아직 2월 급여를 받지 못한 공공 부문 노동자들의 생활은 더욱 좋지 않다. 카다피 정부가 최근 주민들의 환심을 사려고 가구당 400달러씩을 지원하다 돈이 바닥나는 바람에 급여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정부 시위대가 장악한 동부의 벵가지와 미스라타의 상황도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벵가지의 한 자원봉사자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2∼3주 안에 심각한 식량 부족과 물, 의약품, 의료장비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며 외부의 도움을 요청했다. 동부에선 그동안 반정부-친정부 세력 간 교전으로 2000여명이 부상했으나 항생제와 마취제 등 의약품 부족으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는 리비아에 인도적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주 리비아 동부에 들어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28일 폭력사태로 고립된 서부지역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정부도 이날 리비아 주민에 대한 의료 및 식량 지원을 표명했다.

한편 미 정부는 3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내 리비아 자산을 동결했다. 리비아 정부는 반정부 시위대 편에 가담한 미국 주재 리비아 대사 알리 아드잘리를 이날 경질하고 미국에 이를 통보했다.

우크라이나 출신 카다피 전담 간호사 갈리나 콜로트니츠카야가 지난 27일 본국으로 돌아와 언론의 취재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고 CNN이 28일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