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수준 높이고 문턱 낮추고… ‘과학중점학교’ 뜬다
입력 2011-03-01 22:29
모세종(17)군은 고교에 진학해 과학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과학고에 지원하기엔 학교 문턱이 너무 높았다. 그런 모군은 2년 전 집 근처인 서울 신도림동 신도림고가 과학중점학교에 지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과학·수학에 특화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모군은 중학교를 졸업한 뒤 지난해 신도림고에 입학했고, 1년 동안 온갖 과학 실험에 참가했다. 그는 친구들과 동아리도 만들어 과학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며 공부의 즐거움을 느꼈다. 모군은 28일 “학교에 생물, 화학, 물리, 지구과학 실험실이 1곳씩 갖춰져 있고 일주일에 최소 2시간씩 실험 수업도 한다”며 “이공계에 뜻이 있는 후배에게 과학중점학교를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학중점학교, 본격 가동=과학중점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생·학부모 사이에서는 이들 학교의 우수한 교육프로그램과 시설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과학중점학교는 대입에서 이공계열을 지원할 학생을 위해 고교 과정에서 깊이 있는 수업을 진행한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학생들은 1학년 때 연간 60시간 이상 과학체험 활동을 하고 과학 관련 교양 과목을 이수한다. 2학년 때는 희망에 따라 과학중점과정을 택할 수 있다.
과학중점과정을 선택한 학생은 수업의 45% 이상을 과학과 수학 과목으로 듣는다. 이는 수학·과학 교과 이수단위 비율이 60% 수준인 과학영재학교 및 과학고보다는 다소 낮다. 하지만 30% 이내 수준인 일반계고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은 것이다. 과학중점학교가 지난해 첫 신입생을 받은 만큼 이들 학교의 본격적인 과학·수학 교육은 올해부터 이뤄지는 셈이다. 과학중점과정에 진입하면 과학의 경우 2·3학년 동안 물리 Ⅰ·Ⅱ, 화학 Ⅰ·Ⅱ, 생물 Ⅰ·Ⅱ, 지구과학 Ⅰ·Ⅱ 8과목과 과학사와 같은 융합과목 3과목 등 11과목을 배우게 된다.
신도림고 윤미선(44·여) 교사는 “학생 개개인이 과학 관련 동아리나 토론회에 참가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나가는 데 큰 이점이 있다”며 “고교 시절 활동 경력이 중시되는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는 추세인 만큼 과학중점학교 학생이 일반계고 학생보다 대입에서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프로그램 외에도 우수한 인프라는 과학중점학교가 내세우는 또 다른 강점이다. 신도림고의 경우 수학교과교실 3곳을 설치하면서 세분화된 수준별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이 방과후 시간 등을 활용해 과학 공부를 할 수 있게 간단한 기자재와 자료 등이 구비된 과학 자료실도 갖추고 있다. 과학교사들을 위한 별도의 연구실도 있다.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다. 과학중점학교는 기본적으로 과학실을 4곳 이상 두고 있다. 인턴교사 등 보조 인력도 다수 배치돼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급당 연 2000만원씩 3년 간 재정을 지원하고 각 시·도교육청 역시 학교에 인건비와 기자재비 등을 별도로 지원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밖에도 학교에 따라 블록타임제(수업을 2∼3시간씩 묶어서 진행하는 것), 집중이수제(특정 과목 수업을 특정 시기에 몰아서 하는 방식) 등도 시행한다. 여기에 과학중점학교로 선정된 학교 상당수가 경기고 서울고 등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고여서 과학중점학교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질 전망이다.
◇이공계 인재 양성의 산실 될까=교과부는 2009년 53곳, 지난해 47곳 등 과학중점학교로 전국에 100곳을 지정했다. 경기도가 21곳으로 가장 많고 서울(19곳), 인천(8곳) 순이다.
교육 당국은 이들 학교가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는 산실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과학영재학교(500여명), 과학고(1500여명)와 함께 과학중점학교 100곳에서 매년 8000여명의 졸업생이 배출된다면 해마다 고교 단계에서 충실한 과학·수학 교육을 받은 인재 1만여명을 배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교과부는 또 과학중점과정을 이수하지 않은 학생이라도 과학중점학교를 통해 인문학적·과학적 소양을 두루 갖춘 ‘융합형 인재’가 양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