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산 독립영화 ‘작은 흥행’… 마케팅 없고 개봉관 적어도 관객 눈은 밝았다
입력 2011-03-01 17:43
‘헬로우 고스트’,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아이들…’ 등 충무로 기대작들의 연이은 흥행 돌풍 속에 저예산 독립영화들의 ‘작은 흥행’이 눈에 띈다. 아프리카 수단 톤즈에서 ‘아버지’로 불렸던 이태석 신부의 삶과 죽음을 다룬 영화 ‘울지마 톤즈’가 올해 초 4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달 17일 개봉한 ‘혜화, 동’은 개봉 2주 만에 4500여 관객을 동원하는 성과를 올렸다.
민용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한 ‘혜화, 동’은 10대의 나이에 낳은 자신의 아이가 죽은 줄 알고 살던 혜화라는 여자의 이야기. 뒤늦게 아이가 살아있음을 알게 되면서 겪는 심리적 변화를 그렸다. 겨울(冬)과 아이(童)로 나타나는 혜화의 마음 속 움직임(動)이 제대로 표현되었다는 평가다. 상업영화였다면 시도하기 쉽지 않았을 실험적인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이 영화는 개봉 첫 주 25개 스크린으로 개봉한 뒤 꾸준히 관객을 확보하며 스크린 수를 유지했다. 일반 상업영화들과는 달리 마케팅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을 여력이 없는 저예산 독립영화가 스크린을 유지한다는 건 관객들의 입소문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감독상을 수상하고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한 이력도 개봉 초기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데 한몫했다.
최근까지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던 ‘울지마 톤즈’는 개봉일인 지난해 9월부터 무려 6개월 가까이 스크린을 늘려가며 관객 동원에 성공한 경우다. 저예산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41만여 관객을 기록했다. 독립영화 전체로 보아도 3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워낭소리’에 이어 두 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개봉관도 적고, 호화 스타들이 등장하지도 않는데다 화려한 볼거리와도 거리가 먼 이들 영화들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의 완성도만 확보된다면 마케팅과는 상관없이 영화를 찾는 능동적 수요층이 존재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트위터 등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로 관객 상호간의 빠른 정보교환이 쉬워진 것도 독립영화의 흥행에 한몫 하고 있다.
올 봄에는 주목받는 저예산 영화들이 속속 개봉할 예정이다.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이 3일 관객들을 찾고,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수상작인 ‘무산일기’도 4월 7일 개봉한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