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파도치는 영성
입력 2011-03-01 17:55
세월 속에 묻어 가는 인생
인생을 살다 보면 살아야 할 날이 많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전도서 기자는 인생이 마치 날아가는 것과 같다고 했고, 야고보 사도는 인생을 잠깐 있다 사라지는 안개에 비유했습니다.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뇨 너희는 잠간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약 4:14)
저는 살면서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스물아홉 살 때 병에 걸려 죽을 날만 기다려야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상황이 너무나 절박해서 “하나님, 제 나이가 겨우 스물아홉인데 지금 죽으면 인생이 너무 허무합니다. 주를 위해서 앞으로 10년 동안 열심히 살테니 40살까지만 살다가 죽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했습니다.
건강이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에 10년을 더 산다는 것도 저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40살이 훨씬 지나도 죽지 않은 것을 보니 하나님께서는 병을 낫게 해 달라는 기도에는 응답하셨는데, 40살까지만 살게 해 달라는 기도에는 응답하지 않으셨나 봅니다. 죽을병에서 고침을 받아 겨우 얻은 삶이기에 제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하지만 나이 60이 지난 지금까지 내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았는가를 뒤돌아 볼 때 안타까운 부분이 참 많습니다. 지금까지 세상에서 무엇을 했는가라는 회의가 들 정도로 별로 한 일이 없이 세월만 보낸 것 같습니다. 만약 내가 오늘까지 살아온 날들을 글로 쓰라고 한다면 주님 앞에 부끄러워 두 줄도 못 쓸 것 같습니다. 우리는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 속에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세월보다 더 큰 것을 남겨야 합니다.
세월의 값이 얼마나 될까요. 만약 세월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부자들은 전 재산을 들여서라도 사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땅에서 가는 세월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람은 세월 속에 태어나서 육신의 때를 살다가 죽음과 함께 세월 속으로 사라지는 존재입니다. 세월은 나와 상관없이 계속 흘러가고 나는 세월 속을 거닐 뿐입니다.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반복하며 돌듯이 인간도 세월 속에서 쳇바퀴 돌듯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내 목숨이 가고 있는지 세월이 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월이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세월 속에 내가 묻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번 시작하면 멈추지 않고 달려가는 것이 세월입니다. 이렇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세월 속에서 그 세월을 가장 가치 있게 보내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놓고 고민했습니다.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세월보다 더 소중한 것을 위해, 내 목숨보다 더 귀한 것을 위해 사는 것입니다. 냉정히 따져보면 사람들은 모두 다 자기 목숨보다 못한 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세월을 허비하고 낭비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세월이 지나간 후에야 알게 되고, 그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성이 파도치는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세월의 주관자로 오신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인생 말입니다.
◇윤석전 목사 △침례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부회장 △수원흰돌산수양관 원장 △CBS 법인이사, 부이사장 △한국기독교복음단체총연합회 대표의장 △연세중앙교회 담임
윤석전 목사(연세중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