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의 영혼의 약국(90)
입력 2011-03-01 13:12
존재가 텅 빌 때
가끔씩 밤하늘을 쳐다볼 때 수억만 년을 태우고 사라져가는 '별똥별'을 봅니다. 본시 그 별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인데, 그 열과 빛이 생명을 다하여 낮은 단계로 떨어지면서 비로소 우리 눈에 빛으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빛이란, 이렇게 높은 에너지 수준에서 낮은 에너지 수준으로 떨어질 때,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높은 에너지 수준에 있던 전자가 낮은 에너지 수준으로 떨어질 때 그 여분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입니다.
여기서, 예수님이 우리들더러 "너희는 세상의 빛이 되라!"하실 때, '빛으로 산다'는 말은, 자신의 일체를 덜어내거나 낮춤으로써 발생하는 여분의 에너지가 일으키는 '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이 줄곧 말씀하시는 '낮아짐'. '섬김', '나눔' 이런 신앙적 덕목들은 모두 '빛을 내기 위해 높아진 자신을 낮추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그 여분의 에너지가 '빛'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과학적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수소 원자 내부에서 전자가 5번째 에너지 준위에 있다가 2번째 준위로 옮겨 가면 '보랏빛'이 방출됩니다. 3번째 준위에서 2번째 준위로 옮겨가면 '붉은 빛'이 새어 나옵니다. 그러면 무지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입니까? 단순한 물방울들의 쇼가 아니라, 태양에 있는 원자들 내부에서 발생하는 전자의 에너지가 전이하는 과정 속에, 여러 가지 빛이 합해서 원색을 이루고 있다가 빗방울을 관통할 때 서로 다른 각도로 굴절해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인류와 더불어 계약을 맺던 인장은 이렇게 태양 수소의 '빛 방울'로 지구 '빛 방울에 새겨 놓은 것이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파장에 따른 빛의 종류와 전자의 에너지가 항상 자리를 바꾼다는 것을 알아낸 인류는, 그 전자가 자리를 옮기는 시간까지 측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예를 들어, 수소 원자 내부에서 전자가 3번째 준위에서 2번째 준위를 떨어질 때 '붉은 빛'을 낸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그 시간이 1억분의 1초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눈 한 번 깜박할 때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5분의 2초(4×10-¹초)걸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릴 적 놀던 놀이 하나가 떠오릅니다. 한 아이가 술래가 되어 한쪽을 향해 서서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열 마디 말을 재빨리 하는 동안에 그의 등 뒤에 널려져 있던 다른 아이들은 그 역시 재빨리 서너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고, 술래가 고개를 돌려 바라볼 때 동작이 들키면 잡히게 되는 놀이입니다. 내가 술래가 되어 뒤를 돌아볼 때의 정경을 생각해보세요. 신기하지 않습니까! 아까까지 저기 있던 아이가 낌새도 없이 서 있는데, 다른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물론 내가 안보는 사이에 그 아이가 이동을 한 줄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안다'는 것은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며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신기하게 여겨지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놀이가 사람과 전자 사이에 일어난다고 생각해 봅시다. 내가 눈을 크게 뜨고 보는데도 전자들은 찰나에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하는 것인데, 1초 동안에 1천억×10억 번 하는 것입니다.
사도행전 8장 39~40절에 빌립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물가에서 한 내시에게 세례를 베푼 다음에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예수도 누가복음 24장 31절에, 빵을 들고 축사를 하신 다음에 바람처럼 사라지셨습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이, “영으로 난 사람은 임의로 부는 바람과 같다”고 하시는 것이니, 존재가 텅 비어 버린 존재는 유와 무의 경계선에 있는 전자의 행태를 닮았단 말인가요!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마 5:14)
<춘천 성암감리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