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좀 보내주세요”… 자살한 훈련병 ‘부치지 못한 편지’ 논란

입력 2011-02-28 18:50

“훈련소에서는 항생제를 주고 양호실에만 있으라고 해요. 외부 병원으로 잘 안 보내주는데 약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봐 주세요.”

지난 27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훈련병 정모(21)씨는 유족들에게 남긴 쪽지를 통해 “중이염 때문에 고통스럽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28일 유족 측에 따르면 이날 부검을 위해 국군통합병원에 안치된 정씨의 옷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워낙 고통스럽다. 식물인간이 되면 안락사시켜주고, 화장을 해 달라”는 글이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

중이염 때문에 고민한 흔적은 정씨가 숨지기 전인 지난 10일 어머니에게 써 놓은 ‘부치지 못한 편지’에도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유족은 지난 27일 저녁 늦게 이 편지를 훈련소 측으로부터 건네받았다.

정씨는 ‘설 연휴기간 급성 중이염에 걸렸다. 엄마한테 걱정 안 끼치려 일부러 말 하지 않으려 했는데 너무 답답하고 속상해서 말하게 됐다’는 말로 편지글을 시작했다. 그는 ‘생활은 괜찮은데 이러다가 귀가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속마음을 표현했다.

또 ‘여기서 혹시 부당한 취급이나 일이 있으면 진짜 마음 독하게 먹고 미친 짓을 해서라도 뚫고 나가겠다. 조금 더 커서 사회를 좀더 알고 군대에 올 걸 너무 많이 후회된다’는 말로 편지를 마무리했다.

유족 측은 “체력도 좋은 아이였는데 ‘꾀병’으로 바라보는 군 당국의 시선과 언행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어 결국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육군훈련소 측은 “정씨가 중이염을 앓고 입소했으며, 고통을 호소해 절차대로 외래진료하고 약 처방도 했다”며 “하지만 사고 후 확인해 보니 약을 복용하지 않아 사물함에 약이 그대로 있었다”고 해명했다.

논산=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