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매출에 담긴 사회상… 고물가·고유가에 라면·교통카드 충전 ↑

입력 2011-02-28 21:24


지난해 말 기준 1만6500여곳. 전국에 산재해 있는 브랜드 편의점 개수다. 거리에서 가장 찾기 쉬운 곳 가운데 첫손가락에 꼽힐 만큼 편의점은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편의점에서 많이 팔리는 제품과 매출 추이만 살펴봐도 당시의 생활상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28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최근 물가 상승과 구제역 여파로 외식비 부담이 커진 현상이 반영돼 편의점에서 라면과 도시락 판매가 크게 늘었다. 물가 상승과 구제역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편의점 제품 판매 현황을 통해 바로 확인된 셈이다.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는 지난 7∼27일 전국 4800여 매장에서 컵라면과 봉지라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8%, 46.8%씩 상승했다고 밝혔다. GS25 전국 5100여개 점포에서 지난 7∼22일 판매된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3.1%나 증가했다.

편의점 라면과 도시락은 600∼3000원 정도로 싼 편이기 때문에 외식비를 아끼려는 대학생,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봉지라면 매출 상승이다. 브랜드 편의점들이 지난해 말부터 물가 압박을 감안해 라면을 싼값에 내놓은 것이 주효했다. 대형마트가 과소비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어 필요할 때마다 적당량을 사려는 알뜰 소비자들이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편의점의 교통카드 충전 매출 증가는 유가 상승을 반영한 결과다. 유가 상승세가 뚜렷해진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편의점의 교통카드 충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30%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하철 역사 내 편의점들이 다른 점포들보다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편의점은 날씨에도 유난히 민감하다. 집중호우가 잦았던 지난해 8월은 편의점에서 우산이 불티나게 팔렸다. 올 겨울 폭설과 이에 따른 교통 대란은 지하철 역사 편의점 매출을 올리는 데 한몫했다.

사회 분위기에 따라 편의점이 달라지기도 한다. 중국 관광객이 크게 증가하자 보광훼미리마트는 지난해부터 중국 은련카드를 편의점에서도 쓸 수 있도록 했다.

편의점 매출이 가장 많은 날은 매년 11월 11일 빼빼로데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보다 부담이 덜한 빼빼로데이에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가벼운 선물을 주고받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세븐일레븐 최민호 홍보과장은 “편의점은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이 가장 넓은 유통채널로 날씨나 물가에 따라 매출 데이터 변화가 크다”며 “각종 생활 정보와 소비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