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리비아] 시위대, 카다피 턱밑까지 진격… ‘국가위원회’도 설립
입력 2011-02-28 18:31
리비아 반정부 세력이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최후 보루인 수도 트리폴리 인근 위성도시까지 진격했다. 반정부군의 압박 수위가 턱까지 차오르자 카다피의 망명 준비설이 슬슬 흘러나오고 있다.
◇잇단 승전보 속 내부 갈등도=트리폴리에서 50㎞ 떨어진 알 자위야가 함락된 27일 순교자 광장에는 시위대 수천명이 승리를 자축했다. 시내 곳곳에 널려 있는 불탄 차량과 바리케이드, 그을리고 총탄이 박힌 건물 등이 수일간의 격전을 증거하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알 자위야는 반군에 함락된 도시 중 트리폴리와 가장 가깝다.
이미 동부 지역 전체가 반정부 시위대에 장악됐고 서부 지역도 리바트와 카보우, 자도 등 다수의 도시가 함락됐다. 시위 진원지 벵가지에선 반정부군 방송도 등장했다. 국영 라디오 방송국이 이름을 ‘자유 리비아의 목소리’로 바꿔 소식을 내보냈다.
‘포스트 무바라크’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위원회’가 벵가지를 기반으로 설립됐다. 국가위원회 대변인 압둘 아피즈 구자는 “무스타파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의 주장은 사견일 뿐이며, 국가위원회 멤버 간에 어떤 서열도 없다”고 말했다. 전날 압델 잘린 전 장관이 미국 지지 아래 과도정부가 구성됐고, 자신이 임시지도자를 맡게 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반박이다.
◇카다피 몰락의 징조들
카다피 측은 트리폴리 사수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카다피 탱크부대는 트리폴리 인근 제3 도시 마스라타를 반군으로부터 되찾기 위해 27일 공격에 나섰다.
트리폴리에선 국영은행들이 가구당 400달러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국민들을 회유하기 위한 조치다. 카다피는 세르비아TV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건재를 과시하는 한편 “국민들은 테러분자에 의해 살해됐으며, 그들은 알카에다”라며 학살책임을 전가했다.
안팎 상황은 카다피를 점점 코너로 몰아가고 있다.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리비아군이 독가스 9.5t을 보유하고 있지만 운반체가 없어 사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카다피가 의지했던 금발의 우크라이나 출신 전속 간호사 갈리나 클로트니츠카도 고국으로 돌아갔다.
카다피의 망명 준비설도 흘러나온다. 아랍권 타블로이드 위클리블리츠는 카다피가 1980년대 자금을 후원했던 ‘방글라데시 건국의 아버지 암살자’ 칸데카르 압둘 라시드가 카다피의 망명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