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소비 줄었는데 지출은 증가… 소득 하위 20% 엥겔계수 5년만에 최고
입력 2011-02-28 21:29
지난해 식품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가계의 식품 관련지출이 크게 늘었다. 반면 채소, 과일, 수산물 등의 소비량은 줄어들었다. 식품 물가 상승으로 소비량이 감소했는데도 지출액이 증가하는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의 엥겔계수(가계의 총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월평균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31만6936원으로 2009년(29만7652원)보다 6.5% 증가했다. 여기에서 물가 변동 영향을 제거한 실질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수치가 달라진다. 월평균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지난해 25만8256원으로 전년(25만7067원)보다 0.5% 느는 데 그쳤다.
통계청 관계자는 “실질가격 기준으로 지출액이 소폭 증가했는데 명목 지출액은 크게 늘었다는 것은 물가 영향으로 2009년과 지난해에 같은 양의 식료품을 소비했더라도 지출액이 더 증가했다는 의미”라며 “개별 품목별로 보면 물가 때문에 지출액이 늘었는데도 소비량은 줄어든 현상이 명확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값이 35.2% 올랐던 채소의 경우 가계 지출액이 전년보다 22.9% 급증했지만, 실질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되레 3.3% 감소했다. 소비가 줄었는데 지출액은 크게 증가한 것이다.
과일도 가격이 12.4% 상승한 영향으로 지출액이 6.9% 증가했지만 실질가격을 기준으로 한 지출액은 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선 수산물의 경우 지출액은 1.9% 증가했지만, 실질가격 기준으로는 7.5% 줄었다.
식료품 지출액이 급증하면서 엥겔계수는 13.86%로 전년(13.85%)보다 상승했다. 특히 저소득층의 엥겔계수는 더 높아졌다. 소득 5분위별로 보면 소득 1분위(하위 20%)는 엥겔계수가 20.47%로 2005년(20.70%)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