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눈덩이인데 카드론 확대?… 카드사 ‘이자 장사’ 과열 조짐
입력 2011-02-28 21:29
“현재 카드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 KB국민카드도 분사 이후 카드론에서 경쟁을 벌여야 할 것 같다. 그쪽을 집중적으로 키울 생각이다.”
최근 KB금융그룹 한 고위직 임원은 ‘분사 이후 핵심 전략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치열한 경쟁으로 이미 레드오션이 된 카드시장에서 살아남을 길은 ‘카드론’뿐이라는 것이다.
가계빚이 최근 몇 년간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는 가운데 신용카드사들의 카드론을 발판으로 한 영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임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KB국민카드 분사뿐만 아니라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로 또 하나의 대형 카드사가 등장하는 데다 최근 KT의 비씨카드 인수까지 가세하면서 금융권의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카드가 2일 국민은행 내 신용카드 사업 부문 위치에서 독립된 전업 카드사로 문을 연다. 현재 업계 1위인 신한카드를 바짝 뒤쫓는 KB국민카드 점유율은 약 14%로 2위에 랭크돼 있다. 그렇다보니 업계 판도가 바뀔지 모른다는 예측 때문에 카드사들의 촉각이 곤두선 상황이다. 여기에다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협업 추진, 비씨카드와 KT의 전략적 업무 제휴, NH카드의 분사 추진단 구성도 무시할 수 없는 변화다.
이에 카드사들은 카드론 등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가 압력을 넣어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신용판매 수입 등 본연의 수입원이 줄어든 것이 근본 원인이다. 이 중 카드론은 2003년 ‘카드 대란’을 일으킨 현금서비스에 비해 아직까지 규제가 덜하다는 이점이 있다. 또 한 달 뒤에 바로 갚는 현금서비스보다 3∼24개월 분할로 상환이 가능해 고객을 장기적으로 유치할 수도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대출을 받기 힘들 경우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 이렇다보니 지난해 카드론 실적은 24조9000억원으로 5년 만에 3배 넘게 커졌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카드론은 지난해 3월 말 1조2100억원에서 9월 말 3조9500억원으로 급증했다.
카드론의 문제는 이자 부담이 커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가계부채를 더 늘리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은행의 마이너스대출과 달리 개인 한도 제한이 없고 이자율과 연체율 모두 카드 현금서비스보다 높다. 1월 말 기준금리는 신한카드 연 7.6∼26.9%, 삼성카드 연 7.9∼24.9%, 현대카드 연 6.5∼27.5%, 롯데카드 연 7.8∼24.9%, 하나SK카드 연 6.9∼26.9% 등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신용판매나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과 상관없이 동일한 여신건전성 기준을 적용,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왔지만 이제 여신 등급이 ‘요주의’와 ‘고정’으로 분류된 자산의 경우 각각 15%, 20%였던 최소적립비율이 최대 2배까지 늘릴 방침이다. 현재 정상 여신으로 분류된 현금대출의 적립률은 1.5%로, 이를 2.0% 이상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그러면서도 카드업계 경쟁 과열 때문에 이 같은 규제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카드론을 중심으로 카드사 간 대출 경쟁이 심해지면서 가계 부채에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성도 커졌다”며 “선제적 대응을 통해 카드업계가 카드사태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확실하게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