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한상률 소환조사… 美 법원 “김경준씨 남매 371억원 배상” 판결
입력 2011-03-01 13:56
그림로비와 연임로비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피고발인 신분으로 28일 검찰에 출석했다. 짙은 남색 코트 차림의 한 전 청장은 오후 2시쯤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도착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짧게 말한 뒤 조사실로 올라갔다. ‘학동마을’ 그림로비 의혹 등이 불거진 뒤 2009년 3월 미국으로 출국한 한 전 청장이 국내에서 공개된 자리에 나타난 것은 2년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최윤수)는 한 전 청장을 상대로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 대한 그림로비와 한 전 청장 본인의 국세청장 연임로비, 태광실업 세무조사 기관 변경을 주도한 직권남용 의혹에 대해 추궁했다. 한 전 청장은 밤늦게까지 이어진 조사에서 관련 의혹을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이 2007년 세무조사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라는 문건을 봤다’는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국장에게 사퇴 압력을 가한 의혹도 추궁했다. 도곡동 땅 관련 의혹은 검찰 및 특검 수사까지 이뤄진 사안이다. 따라서 이번 조사에서 당초 수사 결과가 뒤집어지긴 어렵겠지만, 관련 문건의 존재가 사실로 확인되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 안팎에선 현재 불거진 의혹만으로는 형사처벌이 어려울 수도 있어 검찰이 한 전 청장의 개인 비리를 집중 조사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을 제기했던 김경준씨와 누나 에리카 김씨가 최근 창업투자회사인 옵셔널캐피털 주주들에게 664억원을 배상하라는 미 연방 항소법원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옵셔널캐피털 주주들은 김씨 가족이 회사 주가를 조작하고 회삿돈을 횡령해 큰 손해를 봤다며 2004년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었다.
일각에선 에리카 김씨가 지난 25일 자진 입국한 것은 이번 판결과 관련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에리카 김씨가 동생과 함께 거액의 배상 판결을 받아 궁지에 몰리자 모종의 ‘빅딜’을 제안하고 선처를 받기 위해 입국 결단을 내렸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