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지 상수도 예산 턱없이 부족… ‘식수 대란’ 우려

입력 2011-02-28 22:00


정부가 마련한 상수도 확충 예산이 턱없이 부족,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AI) 매몰지 인근 마을의 식수 난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구제역과 AI 등으로 인한 가축 매몰지 중 지하수 오염 가능성이 높아 상수도 보급이 시급한 지역에 2163억원을 투입, 상수도를 설치하는 내용의 ‘재해복구 국고채무 부담행위안’을 의결했다. 상수도 설치 비용은 환경부 기존 예산 563억원과 재해복구 예산 1600억원으로 충당된다. 여기에 지방비 926억원을 포함하면 상수도 확충에 모두 3089억원이 투입된다.

그러나 이 같은 예산은 9개 시·도, 72개 시·군에 걸쳐 있는 구제역 매몰지 4491곳 인근 마을의 상수도를 설치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상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상수도 설치에 필요한 국고지원 요구액 1조963억원의 19.7%다.

경기도의 경우 구제역이 발생한 18개 시·군의 마을 933곳에 상수도 배수관 2226.7㎞를 설치, 수돗물을 공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고 지원액이 당초 요구했던 4810억3200만원의 15.9%인 764억6900만원에 그쳐 배수관 연장 구간을 당초 계획의 35.6% 수준인 792.8㎞로 줄이기로 했다. 구제역 매몰지 인근 마을 10곳 중 3∼4곳만 상수도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강원도는 국고 지원이 당초 요구액의 37.8%에 그쳐, 매몰지 인근 마을 중 49%는 올해 상수도 보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제역 매몰지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국고를 단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하는 지자체도 있다. 경북 군위는 구제역 매몰지가 1곳밖에 없다며 국고 지원을 못 받았고, 매몰지가 각각 4곳에 불과한 청송·칠곡군 역시 지원대상에서 배제됐다. AI가 발생해 가금류 수십만 마리가 살처분된 전남 화순과 함평군도 국고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주민 반발이 우려된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이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마을은 오는 5월까지 현지 조사를 거쳐 상수도 보급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추가 지원하거나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일송 김남중 기자, 의정부=김칠호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