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트장, 관광자원커녕 ‘애물’ 전락… 수익보다 관리비가 더 들어
입력 2011-02-28 17:57
지방자치단체마다 관광자원화 명분을 내세워 영화·드라마 촬영 세트장 조성에 나서고 있으나 정작 제작 후 활용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제주도는 최근 2년간 제주에서 촬영된 드라마와 영화 등 총 50여 개의 작품에 20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주요 작품을 보면 조선시대 제주 백성을 구휼한 여인 김만덕의 삶을 그린 드라마 ‘거상 김만덕’에 10억원이 투자됐다. 또 지난해 11월 종영한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도 3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제2의 올인 세트장’으로 활용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 세트장 토지주와 건물주 등과의 소유권 문제 때문에 관광객 등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태양을 삼켜라’ 세트장 역시 드라마 종영 1년이 넘도록 별다른 관광자원화가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는 2006년 11월 옹진군 북도면 신도에 ‘연인’ 드라마 세트장을 조성할 때 시비 10억원을 투입하고, 2005년 1월 북도면에 ‘슬픈 연가’ 드라마 세트장 조성시 시비 7억8400만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연인’ 드라마 세트장의 경우 현재 월 평균 50명도 찾지 않고 있으며, 2008년까지 1인당 5000원의 입장료를 받았으나 보수비용이 더 많아 2009년 상반기부터는 아예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다.
광주 남구가 2004년 폐교된 옛 대촌초교 부지에 17억원을 들여 문을 연 영상 스튜디오도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이 곳은 2005년 당시 KBS드라마 ‘구미호 외전’을 촬영한 뒤 불이 나 버려졌다가 2007년 논란 끝에 1억5000만원을 들여 보수를 마치고 다시 개장했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촬영된 영화는 두편에 불과하다. 남구는 지난해 관람객 2000여명, 수익 800만원에 그친 이 곳의 운영을 위한 인건비와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5500만원을 투입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남 나주시는 2006년 공산면 신곡리 일대 47만964㎡ 규모에 총 219억원을 투자해 95개 동이나 되는 초가집과 궁궐 등 각종 세트장으로 꾸며진 나주영상테마파크를 조성했다. 이 곳은 그동안 드라마 ‘주몽’과 ‘바람의 나라’ 등이 촬영되면서 관광객들로 북적거렸으나 겨울철 비수기인 요즘은 하루 평균 40∼50명의 관광객이 찾을 뿐 썰렁한 모습이다.
전북 익산의 ‘서동요’ 세트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6년 초 방영된 SBS 드라마 ‘서동요’의 세트장은 24억여 원을 들여 신흥동과 여산면 두 곳 8만2400여㎡에 지어졌다. 익산시는 당시 개인과 산림청으로부터 부지를 임대해 세트장을 지었으나 관람객의 발길이 갈수록 줄어든데다 늘어나는 관리비 등을 감당하지 못해 2009년 철거했다.
전국종합=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